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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일 군사협정, 꼼수처리→들통→강행→반발→백기투항까지 모든 것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밀실처리’ ‘국민기만’ ’꼼수처리’ 논란을 빚었던 한ㆍ일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GSOMIAㆍ정보보호협정) 체결이 마침내 연기됐다. 지난 26일 국무회의 즉석 안건으로 상정해 꼼수 처리했던 정보보호협정은 헤럴드경제의 단독 보도 사흘만에 연기되는 드라마틱한 과정을 거쳤다.

▶26일...국무회의 ‘꼼수’ 처리=외교통상부는 지난 26일 국무회의에서 ‘대한민국 정부와 일본국 정부간의 비밀정보의 보호에 관한 협정안’을 즉석 안건으로 상정해 통과시켰다. 이 안건은 국무회의에 앞서 진행되는 차관회의에서 논의도 되지 않은 채 즉석안건으로 상정됐다. 게다가 정부는 국무회의가 끝난 이후에도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날 ‘꼼수’로 통과된 협정안은 전문과 본문 21개 조항으로 구성됐으며 한일 양국이 비밀정보를 안전하게 교환하는 절차 등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협정안은 제1조에서 ‘양국 정부는 각 당사자의 유효한 국내법령에 부합할 것을 전제로 군사비밀정보의 보호를 보장한다’, 제17조에서 ‘양국 정부는 제공된 군사비밀정보의 모든 분실이나 훼손 및 분실이나 훼손 가능성에 대해 즉시 통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양국 정부는 정보 제공 당사자의 승인 없이는 제3국에게 군사비밀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제공된 목적 외에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을 것과 군사비밀정보 접근은 허가된 정부직원에게만 허용할 것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27일...헤럴드경제 ‘특종 보도’=정부의 이같은 ‘꼼수’ 전략은 이튿날인 27일 헤럴드경제의 단독보도로 만천하에 공개됐다. 헤럴드경제는 1면에 ’국민무시하고…한일 군사협정 꼼수처리’라는 제하의 기사와 함께 3면 전면을 할애해 대대적으로 정보보보협정의 꼼수 통과 사실을 공개했다.

헤럴드경제는 이날 단독 입수한 자료를 통해 지난 26일 국무회의에서 ‘대한민국 정부와 일본국 정부간의 비밀정보의 보호에 관한 협정안’을 즉석 안건으로 상정, 통과시킨 사실을 알렸으며,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와관련 “한일 양국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등과 관련한 군사 정보를 공유하는 내용의 협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이미 처리했다”고 확인했다.

헤럴드경제는 이와함께 김성환 외교부 장관과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지난 달 14일 국회를 방문, 정치권의 문제제기를 감안해 국회차원의 논의를 거친 뒤 처리하겠다고 약속을 했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종전의 태도를 바꾸고 슬그머니 강행한 것이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등 정치권은 일제히 정부의 ‘꼼수’를 비판하고 나섰다.

이날 우원식 민주통합당 원내대변인은 “대통령이 중남미 순방 중에 슬그머니 처리했다는 ‘의도적 꼼수’까지 동원했다”며 “이번 군사협정은 국가 안위와 관련된 중대 사안이다. 이 문제는 19대 국회 개원 이후 국민적 논의를 거쳐 처리될 사안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북한 관련 정보 공유를 이유로 우리의 안보 체계가 고스란히 노출되고 일본의 군사적 팽창은 더욱 용이해질 것”이라며 “결국 동북아 정세의 불안감만 높이는 짓을 한 셈이다”고 정부를 정면 비판했다.

박용진 대변인도 “중요한 문제가 즉석 상정에 의해서 심도 깊은 논의도 없이 통과되고 이후에 공개되지도 않았다는 점은 대단히 심각한 문제”라며 “온갖 꼼수와 국민 눈 속이기로 국무회의를 날림 통과한 한일정보보호협정은 정치적으로 무효이며 국회 개원 이후에 국회 차원의 국민적 논의를 통해서 결정되어야 할 사안이다”고 말했다.

김을동 새누리당 의원도 “일본과 군사협정체결을 주도한 국방부와 외교부는 지금이라도 역사공부를 다시하고 이명박 대통령은 한일군사협정을 체결할 것이 아니라 이를 주도했던 국무위원을 사퇴시키고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8일...‘을사늑약 망령’과 ‘강행’ 움직임=27일 헤럴드경제의 보도 이후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되기 시작했다. 한일관계의 역사적 배경을 무시한 ‘을사늑약의 망령’이라는 비판에서부터, 정부의 꼼수 처리에 대한 비판까지 여론은 정부의 정보보호협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국민을 속이고 몰래 국무회의에서 비공개 통과시킨 것은 이 정부가 누구를 위한 정부인지 정체성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으며,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도 “국방장관이 국회와 논의하겠다는 약속을 저버렸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도 용납할 수 없다. 또 한ㆍ일 군사협정으로 핵심 군사기밀이 넘어갈 수도 있다”며 국무회의 의결 보류와 국회에서의 재논의를 요구했다.

정부는 여론 악화를 의식한 듯 ‘청와대는 몰랐다’는 발뺌으로 책임론에서 벗어나려고도 했다. 정부는 그러나 사태의 민감성을 고려해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아닌 신각수 주일 대사가 협정서에 서명하도록 하는 방침도 세웠다. ‘꼼수 처리’ 등의 비판에서 벗어나려 애쓰면서도 강행 움직임을 계획한 것이다.

헤럴드경제는 이같은 정부의 움직임이 정보보호협정의 기습ㆍ꼼수 의결이 치밀하게 짜인 계획에 따라 이뤄졌다는 사실도 추가로 보도했다.

이날 정부 고위당국자는 “주무부처 일각에서 미리 언론에 설명해주고 국무회의 통과 때까지 사전에 보도되지 않도록 양해를 구하자고 했는데 그렇게 되지 않았다. 의사결정권자 선택의 문제이긴 하지만 이런 정도 비판을 예상 못하지는 않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최종 의사결정권자가 여론 동향을 보겠지만 국무회의 절차가 끝났으니 지금 단계에서는 가는 걸로 봐야 한다”고도 설명했다. 기습처리가 부처 간 협의는 물론 최종 의사결정권을 가진 청와대의 묵인 아래 이뤄진 만큼 강행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29일…여론에 밀려 집권여당ㆍ청와대 백기 투항 = 29일 오전까지도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협정문에 전자결재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오후 4시 일본 도쿄에서 신각수 주일대사와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郞) 일본 외무상 간에 협정문 체결식을 갖기로 했다. 양국은 또 한ㆍ일 양국은 서명식 장면을 언론에 공개할 예정이지만 질문은 받지 않기로 하는 등 구체적인 액션플랜까지 짰다.

들끓는 여론은 더욱 악화했다. 민주당은 협정 무효화를 위해 대국민운동을 전개하기로 했다. 이해찬 대표는 이날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우리의 모든 군사정보가 일본 자위대에 제공하겠다는 협정이 몰래 추진되고 있는데 3ㆍ1 운동 정신을 무시하는 이명박 정권의 친일 태도를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며 “당에서는 강력하게 협정을 저지하는 대국민운동을 전개해야 할 것”이라고 지시했다. 인터넷에서도 또 다른 ’을사늑약‘이라는 극단적인 용어를 써가면서 반대여론이 대선을 앞둔 새누리당은 정부 여당에 대한 비판이 최고로 고조되자 당황했다. 새누리당은 긴급 지도부 회의를 가진데 이어 이날 오후 진영 정책위의장이 기자회견을 자청,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정보보호협정의 보류 및 유예를 공식 촉구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아무리 국회 동의가 필요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해도 반드시 국회 외통위나 국방위에 보고하고 국민의 검사를 맡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국민 정서에 반하는 문제도 있고, 또 절차상으로 잘 알려지지도 않은 채 급하게 체결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고 너무 부적절하다”면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에 더욱더 강력히 보류 조치를 촉구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와 외교부는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난상토론끝에 예정됐던 정보보호협정의 체결을 연기하고 서명전에 국회에 먼저 설명키로 방침을 정했다. 이시각이 3시30분. 협정체결 30분전에 전격 취소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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