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주년을 맞은 김종갑 한국 지멘스 회장은 3일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취임 당시 약속했던 지멘스의 한국 기업화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김 회장은 한국의 경쟁력에 대한 평가로 운을 띄웠다. “최근 중국의 임금이 점차 높아지고 세제 혜택 등 외국기업에 대한 지원이 줄어드는 추세여서 연구개발과 제조생산 기지로서는 메리트가 사라지고 있다”면서 “상대적으로 그동안 R&D 투자에 집중하고 미국, 유럽, 아세안 등 주요시장과 자유무역협정(FTA)를 맺은 한국이 외국기업의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지멘스는 기술 개발을 중시하는 독일 기업으로 한국의 기술 인프라에 매력을 느끼고 투자를 계속해 왔다. 특히 건설분야를 중심으로 국내 업체와 파트너십 강화를 예고했다. “고효율 가스터빈 공급으로 국내 친환경 발전소 건설에 앞장서고 해상 풍력 발전과 2차 전지 등 친환경 산업에 투자를 확대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2011년 1조 8000억원대 매출을 2016년 까지 2배로 끌어올린다는 복안이다.
“지속적으로 큰 사업을 하려면 인재를 양성하고 엔지니어들의 경험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전제하면서 “지멘스의 인재 전략이 한국의 모범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멘스는 베르너 폰 지멘스가 1847년 설립할 때부터 ‘지속 가능한 경영’을 철학으로 삼고 그 일환으로 현장에서 기술과 경험을 쌓은 엔지니어를 우대해 왔다. 김 회장은 “전기ㆍ전자 등 주요 분야에서 기술을 잘 알아야 혁신을 주도하고 세일즈도 잘 할 수 있기 때문에 엔지니어 출신 관리자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미국계 회사들이 경영 상황에 따라 엔지니어를 쉽게 구조조정하는 반면 지멘스는 기업의 미래를 위해 정년을 연장해주는 등 인재를 주요 성장 동력으로 삼는다.
한국 지멘스는 재무회계분야 전문가 양성을 위한 ‘아태 지역 상경계 프로그램’과 ‘미래 엔지니어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한국 지사 출신의 재원이 아태 지역본부와 본사의 중역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윤리경영과 사회 공헌 활동 역시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필수 요소”라고 덧붙였다. 직원의 비리나 정관계와의 유착을 감시하는 관련 직원이 600명 이상인 지멘스는 공정거래 원칙 준수를 강조한다. “회사에 이익을 가져다 준 결정이라도 협력업체에 손해를 끼쳤다면 관련 직원을 처벌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 지멘스는 김 회장 취임 이후 6개월 동안 8000억원에 달하는 구매 과정을 분석하고 개선책을 모색해 왔다. 이 결과는 본사에도 전달돼 계열사 전체의 모범이 될 예정이다. 의료 소외 계층을 위한 이동 건강검진과 저소득층 편부모 자녀 지원을 위한 ‘지멘스 케어링 핸즈’ 기금도 계속 추진한다.
김 회장은 “과감한 결정을 내릴 줄 아는 한국 기업의 스피드와 먼 미래를 내다보고 시중하게 움직이는 지멘스의 무게감이 만난다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면서 “지멘스가 한국 경제와 국민의 생활에 보탬이 되는 한국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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