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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상보육 논란 전말은...
[헤럴드경제=신창훈 기자]‘무상보육’ 논란이 재확산되고 있다. ‘0~2세 무상보육’ 문제로 촉발된 정치권, 정부, 지방자치단체간 힘겨루기가 핵심이다.

대선을 5개월여 앞두고 다시 부각된 무상보육 논란은 대선을 앞두고 거세질 정치권의 무분별한 복지공약이 가져올 재앙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다. 대선 레이스가 본격 시작되면 한 표라도 더 얻어야 하는 대선 주자들은 천문학적 재정이 소요되는 복지 공약이 무수히 쏟아낼 게 뻔하다. 그러나 재원 조달 대책 없이 남발하는 복지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정부가 방향성을 상실한 채 뒷수습에 허덕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0~2세 무상보육 문제만 봐도 어설픈 복지정책의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할 수 있다.

▶무상보육 미스터리=논란의 촉발은 김동연 기획재정부 2차관의 발언에서 시작됐다. 김 차관은 지난 3일 “지금과 같은 (보육)제도에선 재벌가 아들과 손자에도 정부가 보육비를 대주게 되는데 이 것이 공정한 사회에 맞는 것이냐”며 마치 지난 1월 정부가 야심차게 발표한 ‘보육지원 제도’ 전체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듯 말했다. 다음날인 4일 재정부는 “3~5세 누리과정 도입은 계획대로 추진하되 0~2세 영아 보육료 체계의 개선을 검토하겠다는 뜻”이라고 부랴부랴 해명했다. 3~5세 누리과정은 초등학교 의무 교육처럼 정부 책임의 교육과 보육을 3세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여기에 필요한 재원은 지방의 교육재정교부금에서 충당된다. 현재 교육재정교부금은 내국세의 20.27%가 자동으로 쌓이는 구조이기 때문에 넉넉한 상황이다. 또 정부 추계에 따르면 2017년까지 초등학교 학생수가 13% 가량 줄어들어 누리과정을 3~5세로 확대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예측이다.

문제가 된 건 0~2세다. 원래 0~2세 보육료 지원은 2009년부터 조금씩 시작되다가 201년에 소득하위 70%까지 확대됐다. 애초 정부는 0~2세에 대한 전면적인 무상보육을 생각하지도 않고 있었다.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0~5세 보육비를 전액 지원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지만 한동안 잊혀졌다가, 지난해 8월 서울시 무상급식 찬반투표 때 야당의 무상급식 카드에 맞서 여당이 무상보육 카드를 꺼내들면서 다시 등장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해 11월 0~5세 아이들에 대한 보육은 국가가 책임질 수 있도록 대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정부 안은 0~2세에 대한 보육지원은 소득하위 70%까지였다. 이게 국회와 협의 과정에서 0~2세도 2012년부터 전면 무상보육으로 바뀐 것이다. 이 과정에서 지자체와 협의는 없었다.

▶0~2세 전면 무상보육으로부터 꼬였다=그런데 여기서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0~2세에 대한 보육료가 지원되는데, 집에서 아이를 기르는 부모 입장에서는 보육기관에 보내지 않으면 손해를 보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형평성 논란이 일자 정부는 차상위 계층에만 지원되던 0~2세 양육수당을 소득하위 70%까지로 확대했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0~2세 유아를 둔 부모들이 보육료 지원을 받기 위해 영ㆍ유아원으로 몰리자 지자체의 보육료 지원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게 됐다. 영유아보육법에 따르면 보육료는 국가와 지자체가 분담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 때부터 지자체의 반발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급기야 영ㆍ유아 보육예산이 바닥나는 지자체까지 생겨났다.

하지만 중앙 정부는 지자체와는 다른 입장이다. 실제로 0~2세 보육료 지원으로 늘어나는 지자체 예산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게 재정부의 생각이다. 재정부 예산실 관계자는 “0~2세 무상보육 확대로 늘어나는 지자체 재원이 처음에는 8000억원 가량이다가 지금은 점점 줄어 약 4000억원 정도 되는 걸로 추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현재 지자체는 0~2세 무상보육 예산 부족을 빌미로 지방재정 전체를 확충해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며 “지자체가 재방재정을 늘리기 위한 수단으로 0~2세 무상보육 재원을 이용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지자체에서는 정부가 무상보육을 확대해 집에서 커도 될 아이들을 보육기관으로 몰아 가수요를 만들어놓고 이제와서 지자체의 요구가 심하다는 식으로 얘기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잘못된 복지정책, 국가 재앙=복지정책은 정부나 정치권이 제대로 설계하지 않으면 큰 혼란을 불러일으킨다. 일단 지원되면 거둬들이기가 어렵고 개개인간 형평성의 문제가 생겨 사회 분열의 단초가 되기 때문이다. 0~2세 무상보육 논란이 던진 교훈이다.

천문학적인 재정소요 문제는 두 말할 필요도 없다. 지난 4ㆍ11 총선을 앞두고 재정부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여야의 복지공약을 모두 이행하려면 향후 5년간 최소 268조원이 들어간다. 올해 정부예산(325조4000억원)의 80%가 넘는 수준이다. 이는 국가 전체적으로 보면 재앙이다.

chuns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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