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조동석 기자]기준금리 인하가 가계부채 문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최근 가계부채 증가세는 둔화됐지만, 가계의 상환 능력이 떨어지면서 연체율은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양보다 질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론적으로 볼 때 금리 인하는 대출 수요의 확대를 불러온다. 양적 증가는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반면 상환 부담 완화라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금리 인하가 가계대출에 미치는 효과를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총량이 문제라면 금리 인상을, 상환 능력이 문제라면 금리를 내려야 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도 이를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에 따른 영향을 다양하게 제시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소득이 정체된 상황에서 금리를 내렸다고 해서 은행 돈을 빌리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위기인 만큼 가계도 허리띠를 졸라맨다는 분석이다. 여기에다 예금은행 가계대출의 67.7%(1분기 말 기준)를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집값 하락으로 추가 수요는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4분기에 가계부채 증가세는 둔화됐다. 전년 동기 대비 1분기 9.2%, 2ㆍ3분기 각각 10.7% 증가했지만 4분기에는 9.1% 증가에 그쳤다. 당시 금통위는 2008년 10월 9일 기준금리를 5.25%에서 5.00%로 내린 뒤 4분기에만 네 차례에 걸쳐 3.00%까지 인하했다. 이어 2009년 1분기 말 가계부채는 683조7000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4조6000억원 감소했다.
한은 관계자는 “위기 때 부채는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건전성 제고를 위한 금융기관들의 디레버리징(부채 축소)도 한몫했다.
저소득ㆍ저신용자를 놓고 볼 때 상황은 복잡해진다. 금리 인하로 상환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는 긍정적 측면과 생존 때문에 돈을 빌린 만큼 소득이 제자리인 상황에서 빚을 갚기 위해 또다시 빚을 내는 악순환이 우려된다는 양면이 존재하고 있다.
금융권의 다른 관계자는 “저소득ㆍ저신용자에게 금리 수준은 중요하지 않다”면서 “금리 인하로 악성 부채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금리 인하는 부실 발생 시기를 늦출 뿐이란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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