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창훈 기자]정부가 ‘돈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은행 차입금을 크게 늘리는 바람에 정부의 ‘재정자금 일시차입금’이 한때 법적 한도에 육박하기도 했다.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재정을 조기에 집행한 탓이다.
30일 기획재정부와 한은에 따르면 현재(7월 기준) 정부가 발행한 재정증권 잔액은 7조3000억원. 정부가 한은에 빌린 차입금은 한때 11조원을 넘겨 둘을 합한 재정자금 일시차입이 18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법적 한도는 20조원이다.
재정자금 일시차입이란 정부가 재정증권을 발행하거나 한은에서 대출받아 조달하는 돈이다. 재정증권 만기는 1∼3개월이고 한은 차입은 빌린 해에 갚아야 한다.
정부는 경기가 좋지 않아 세금은 잘 걷히지 않는데 급전이 필요하면 재정증권을 발행한다. 2007~2008년 세수가 많았을 때 정부는 재정증권을 발행하지 않았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우리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준 2009~2010년에 정부는 재정증권 발행 대신 한은 차입금으로 부족한 재정자금을 조달했다.
그러다가 2010년 감사원과 국회에서 ‘정부가 시중 통화량에 영향을 주는 한은 차입금을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자 다시 재정증권을 발행을 재개해 지난해 11조7000억원을 조달했다. 이에 따라 한은 차입금은 8조원으로 줄어들었다.
문제는 정부가 올해 재정증권 발행을 크게 늘렸음에도 한은에서 일시 차입한 액수 역시 급증한 점이다. 정부는 올해 3월에 5조원, 4월 4조원, 5월 4조원, 6월 4조원, 7월 2조원 등 모두 19조원의 재정증권을 발행했다. 지난해 8조원이던 정부의 한은 차입금은 올해 7월 중순까지 11조원을 넘어섰다.
정부는 지난 상반기에만 연간 재정집행 계획 276조8000억원의 60.9%인 168조6000억원을 썼다. 예산은 먼저 쓸 수 있지만 세금은 미리 걷는 게 불가능하다. 국세청에 따르면 현재(5월말 기준) 세수 실적은 91조1000억원으로 연간 목표 대비 진도율이 47.3%에 그쳤다.
정부는 올해 예산을 짤 때 재정자금 최고 한도액을 15조원으로 잡았다가 연말 국회 협의과정에서 20조원으로 늘렸다. 하반기 경제가 정부의 전망보다 더 나빠질 경우 법적 한도 20조원을 거의 채울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정부 관계자는 “한은 차입금은 법적으로 그 해에 모두 갚는다. 27일에도 11조원 중 5조원을 상환해 현재 일시 차입금은 13조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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