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창훈 기자]한국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무너지고 있다. 유로존 재정위기와 중국 등 주요국 경기둔화 우려가 수출의 발목을 꺾어버렸다.
1일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지난 7월 수출(통관기준)은 446억달러로 작년 같은기간보다 8.8%나 감소했다. 2009년 10월(8.5%)이후 2년9개월만에 최대 감소폭이다. 수입은 419억달러로 5.5% 줄어들었다.
이로써 7월까지 누계기준 수출 증가율은 마이너스(-0.8%)로 떨어졌다. 근근이 유지되던 수출 동력이 7월부터 급격히 약화됐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지역별로 보면 지난달(7월 1일~20일) 수출은 중동(20.1%)과 일본(12.8%), 아세안(11.8%) 미국(10.0%)에서 그나마 선방했으나 중국(-0.5%) EU(-4.9%) 중남미(-14.5%)에서 타격을 입었다. 특히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 수출이 회복되지 못하고, 신흥시장으로 인식되던 중남미마저 무너져 내리면서 기댈 곳을 잃어버렸다.
품목별로는 수출의 주축인 석유화학(-22.3%)과 무선통신기기(-34.7%), 선박(-57.5%)이 수요 위축과 단가 하락의 영향으로 직격탄을 맞았고, 일반기계(3.5%)와 LCD(6.7%) 등 극히 일부 품목만 전년 같은 기간보다 약간 나은 상태를 보였다.
정부는 상반기보다 하반기로 갈수록 괜찮아 질 것이라고 얘기했지만 하반기 첫달부터 정부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재정 위기로 초토화된 유럽은 말할 것도 없고, 중국처럼 한국제품을 사주는 핵심 시장이 망가지는데 수출이 버티길 바라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 특성상 수출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모든 실물경기 지표가 무너지게 돼 있다. 6월중 생산ㆍ소비ㆍ설비투자 지표가 전월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도 그런 이유다.
수출이 대폭 감소하면서 실물경기 침체 신호는 앞으로 더욱 선명히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수출실적이 개선될 가능성도 희박하다. 유럽이 재정위기의 해결책을 찾는다 해도 급격히 위축된 수요가 회복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지식경제부도 이날 “주요국 상황, 수출 기업들의 체감경기 등을 감안할 때 3분기 이후에도 수출의 급격한 개선을 기대하긴 힘들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이에따라 내수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을 더욱 강도높게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럽등 대외 환경이 호전되지 않는 상황에서 부동산과 서비스업 활성화등을 통해 내수 시장을 키워야 그나마 경제 기반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정부는 대외여건 악화로 올해 연간 수출입이 당초 전망보다 대폭 축소돼 수출 5745억달러(3.5%), 수입 5510억달러(5.0%) 에 머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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