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서방국 무력충돌 위기 고조
“美, 내달 핵시설 공습” 관측도
6월 배럴당 77弗까지 떨어졌다가
8월 들어 91弗까지 급반등
“두바이유 최고 109弗 갈수도”
한동안 잠잠하던 국제유가가 다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로 유가 전망이 불투명해진 데다, 최근 이란 핵개발을 둘러싼 지정학적 위기가 다시 고조된 게 유가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란에서 전쟁 위험이 높아지면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서부텍사스산 원유ㆍWTI 기준)를 웃돌 것이라는 게 국내외 전문가들의 공통된 관측이다. 이란과 서방 국가들 간 무력 충돌이 발생하면 유가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WTI 선물의 가격 변동성지표인 WTI 옵션 내재변동성(Implied Volatility)은 29.3%(2일 기준)였다. 이는 지난 5월 2일(20.6%)보다 8.7%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이 수치는 지난달 20일에 32.5%까지 오르기도 했다.
WTI 기준으로 국제유가는 지난 2월 24일 배럴당 109.77달러까지 치솟았다가 유럽 재정위기와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로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5월 초부터 급락하기 시작해 지난 6월 28일에는 배럴당 77.69달러까지 떨어졌다.
이후 7월 들어 유럽 재정위기가 다시 부각되고 미국의 실물경기 지표가 오르락내리락하면서 현재(3일 기준) 91.40달러까지 급반등한 상태다.
최근 이란과 서방 국가들 사이에 긴장이 다시 고조된 것도 유가 상승의 원인이 됐다. 지난 1일(현지시간)에는 리언 패네타 미국 국방장관이 이스라엘을 방문해 외교적 노력이 실패할 경우 군사적 조치를 사용할 수 있음을 시사하면서 위기감이 높아졌다.
일각에서는 다음달 안으로 미국이 이란 핵시설에 대한 공습을 감행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물론 오바마 미 행정부가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군사적 모험을 감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이란에서의 무력충돌 위기감이 높아지면서 유가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지난달 27일 위기관리대책회의에 보고한 ‘에너지 수급동향 점검’ 보고서를 통해 “(이란의) 지정학적 불안에 따른 원유공급 상황과 유로존 경제위기의 진행 양상이 향후 유가 흐름을 좌우하는 변수”라고 지적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시나리오별 원유가(두바이유 현물가 기준) 전망을 보면 기준유가는 배럴당 연평균 103.24달러이며, 고유가 시나리오로는 109.47달러, 저유가 전망치는 97.15달러다.
유가 상승 가능성뿐 아니라 유가 변동성이 큰 것도 경제에 부담을 주는 요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유가 변동성이 확대되면 원유 수입국의 물가와 경제전망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재 시장에서는 이란에서의 무력충돌 위험만 낮아지면 향후 국제유가는 안정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경기둔화로 글로벌 수요가 위축돼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내 5대 증권사들은 올해 하반기에 이란 위기가 빠르게 악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하에 WTI가 배럴당 95달러를 넘지는 않을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투자증권 이채원 연구원은 “경기가 나쁘기 때문에 유가가 오를 요인이 없다”며 “이란은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이는 여전히 불확실성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국제유가는 최고 94달러선까지 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신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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