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에 에어컨 풀가동·올림픽에 밤샘 TV시청
20년전 지어진 노후아파트 변압기에 과부하
18년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운 찜통더위에 밤에도 전력 사용량이 폭증하면서 서울시내 대형 아파트단지에서 정전 사고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5일 오후 9시께 서초구 반포동 미도1차아파트 1개동 120가구가 정전됐고, 인근 동에도 전기 공급이 끊겨 1260가구의 전원이 30여분 동안 차단됐다. 이날에는 또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에서도 4개동 600여가구가 정전됐고, 노원구 하계동 장미아파트에서도 정전이 발생해 1880가구가 일시 정전됐다. 모두 지은 지 20년이 훌쩍 넘은 아파트들이다.
정전의 시작은 주로 변전실이다. 열대야와 올림픽 중계방송 시청 등으로 에어컨과 텔레비전이 모두 가동되면서 전력량이 급증, 아파트 자체 변압기에 과부하가 걸린 것이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20여년 전에 지어진 노후 아파트들은 건설 당시 가수당 약 1.5㎾를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면서 “최근 생활 패턴이 에어컨과 컴퓨터ㆍ김치냉장고ㆍ3D 텔레비전 등의 가전제품을 고려하지 않은 설계”라고 말했다. 최근 새로 짓는 아파트의 가구당 전력용량은 약 5㎾다.
한전에서 아무리 전기를 보내줘도 해당 아파트 주민들이 관리비 등을 이용해 자체 변압기의 용량을 더 보충하지 않는다면 이 같은 현상은 개선될 수 없다는 것. 현재로서는 당장의 정전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결국 개개인이 적정 실내온도를 지키고, 되도록 에너지 소비효율이 높은 제품을 사용하는 방법밖에 없는 실정이다.
<윤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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