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선의식 편성 한목소리
票퓰리즘 예산 변질 우려
더 심각한 경제위기 대비
정부는 재정여력 확보 만전
일부 집행땐 경기부양 의문도
정부와 정치권이 물밑에서 진행하던 추가경정예산 편성 논의가 수면 위로 부상했다. 정치권에서는 야당에 이어 여당도 추경 편성을 공식 요청했다. 정치권이 정부를 강하게 압박하는 모양새다.
정부는 그동안 ‘추경 카드’를 아껴왔다. 지금도 결정적일 때 쓰겠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최근 경기가 빠른 속도로 둔화되고 내수 침체로 서민경제가 고사 직전인데 언제까지 만지작거리기만 할 수는 없다. 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강도 높은 압박도 무시할 수 없다. 어떤 식으로든 가부(可否)를 결정할 때가 왔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8일 당정협의를 갖고 추경 편성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지만 결론에 도달하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일단 여당인 새누리당의 추경 편성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금 상황이 국가재정법상 추경 요건에 해당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현행 국가재정법은 전쟁이나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하거나 경기침체, 대량실업 같은 중대한 여건 변화가 일어날 때 추경을 편성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치적인 이유로 나라 곳간을 쉽게 헐어쓰지 못하도록 만든 장치다.
그렇다고 지금 정부가 법적인 요건만 기계적으로 따져 추경 편성에 난색을 표하는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실효성의 문제를 두고 고민 중이다.
추경은 사실상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쓸 수 있는 마지막 카드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2009년 3월 추경 때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져 대규모 추경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위기는 충격의 강도는 낮으면서 오랜 기간 지속되는 양상으로 진행 중이다. 더욱이 지금보다 훨씬 심각한 경제위기가 올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그때를 위해 재정여력을 확보해둬야 한다는 정부의 논리가 설득력이 더 있어 보인다.
또 여당이 요구하는 5조~6조원 규모의 추경을 집행하더라도 실제 경기부양의 효과가 바로 나타날지도 의문이다. 추경 집행 시점과 성격 규정도 문제다. 이미 하반기에 접어든 시기여서 기술적으로도 집행에 제약이 있다. 급하게 만들다 보면 각 정부부처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되지 못한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을 잔뜩 끼워넣어 소위 ‘민생추경’과는 거리가 멀어질 수도 있다. 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포퓰리즘 예산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짚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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