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히 공기업 취업한 세쌍둥이 자매
한전·한수원·지역난방公 입사“고졸취업 자랑스러운 길 선택”
우리시대 대표적인 사회문제가 돼버린 ‘취업난’. 이를 비웃는 세쌍둥이 자매가 있다. 강원도 원주의료고등학교의 이달님<왼쪽>, 햇님<가운데>, 별님(오른쪽ㆍ18) 자매가 그 주인공이다. 세쌍둥이 자매 중 첫째인 이별님 씨는 2학년 2학기 당시 한국수력원자력에 일찌감치 입사했고 이어 올해 초에는 둘째인 이별님 씨가 한국전력에, 뒤이어 막내인 이달님 씨마저 한국지역난방공사에 당당히 합격했다.
취업시장에서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삼성ㆍLG 등 이른바 대기업보다 더 경쟁이 치열한 공기업에 한 집안에서 세쌍둥이가 나란히 입사한 셈이다.
이들 삼총사는 항상 함께였다. 엄마 뱃속에서부터 같은 날 태어나 초ㆍ중ㆍ고교를 함께 다녔고, 그것도 모자라 약속이라도 한 듯 모두 고졸 취업을 선택했다. 그리고 이들이 향한 곳은 공기업, 그것도 대한민국을 밝히고 움직이는 에너지 공기업에 줄줄이 입사하게 됐다.
집에서 나란히 둘러앉으면 서로 자신의 회사가 더 국가적으로 중요한 업무를 하고 있다고 입씨름을 한다는 별님ㆍ햇님ㆍ달님 자매. 이들이 고졸 취업을 선택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막내 이달님 씨는 “중학생 때부터 세쌍둥이 자매가 한꺼번에 대학을 가면 부모님의 등록금 부담이 어떨지 생각해봤다”며 “고교 진학 때부터 취업의 목표를 세우고 의료 전문 마이스터고에 진학했다”고 말했다.
목표가 확실하다 보니 고등학교 생활도 알찼다. 의료전문 고교지만 세부 전공으로 의료전기 등을 택하면서 이들 자매는 취업과 동시에 당장 현장 투입이 가능한 정도의 실무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지난해에는 국가사적 제439호 강원감영지에서 열린 조선시대 과거시험을 재현한 향시(鄕試)에도 나란히 합격해 강원감영 문화 지킴이로 활동하는 등 대학생활 못지않을 만큼 활발한 교외 활동을 펼쳤다.
세 자매 가운데서도 가장 똑부러지는 성격인 막내 달님 씨는 고졸 취업에 대한 사회의 왜곡된 시선에 대해서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아직 어린 나이다 보니 다들 주변 사람들로부터 ‘대학은 어디를 다니냐’는 질문을 자주 받곤한다”며 “그때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취업했다고 말하면 불쌍하게 보거나 문제아가 아닌가 하는 시선으로 쳐다보는 일이 많은데, 우리는 스스로 선택한 길을 자랑스럽게 가고 있다”고 말하는 목소리에는 자심감이 배어있다.
대학 진학 여부는 선택일 뿐 필수가 아니라는 것을 직접 보여준 것이다. 공기업을 중심으로 일반 사기업들이 현재 운영하고 있는 고졸 취업 시스템에 대해 내부에서부터 사회 전반에까지 보다 편견 없는 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 세 자매의 바람이다.
윤정식 기자/yj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