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창훈 기자]3분기 한국 경제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0% 수준에 근접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유럽 재정위기와 중국의 경기둔화가 수출과 내수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3분기 이후 ‘제로 성장’을 기록하면 연간 성장률은 2%대로 추락하게 된다. 사실상 성장이 멈춰버린 것이나 다름없어 고용 악화와 기업의 구조조정, 가계의 파산 위험이 더욱 높아진다.
13일 국내외 경제 예측기관에 따르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전분기 대비)은 3분기에 0% 수준에 머물거나 최악의 경우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LG경제연구원, 현대경제연구원, 외국계 주요 투자은행(IB),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 전문가들은 하반기 국내 경제 성장률이 2분기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2분기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분기보다 0.4% 성장하는데 그쳤다. 지난 1분기 0.9% 성장에서 반 토막이 났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거시경제담당 부문장은 “3분기 성장률을 2분기와 비슷한 수준으로 예상하지만 제로나 마이너스 수준으로 가면 굉장한 충격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 허진욱 책임연구위원은 “3분기에 전기 대비 0.1~0.2% 경제 성장률을 예상한다”며 “다 내수 부양이 없으면 마이너스 성장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성장률이 떨어지는 가장 큰 원인은 대외 악재로 인한 수출 둔화가 내수 부진으로 연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8.8% 감소한 446억 달러를 기록했다. 수출 감소 폭이 2009년 10월이후 가장 컸다.
우리나라 경제구조의 특성상 수출이 안되면 성장률을 갉아먹고 소비와 투자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기획재정부는 최근 내놓은 그린북(8월호)에서 생산, 투자, 소비 등 실물경기 지표들이 6월에 이어 계속 부진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추정했다. 7월 실물경기 지표은 이날 말 나온다.
외국계 주요 IB들도 올해 우리나라의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하향 조정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노무라, JP모건 등 10개 IB가 내놓은 한국의 연간 경제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지난달 말 2.9%로 떨어졌다.
BNP파리바는 한 달 만에 성장률 전망치를 3.6%에서 2.5%로 대폭 낮췄다. 노무라도 전망치를 2.5%로 내렸다. 올해 초 성장률 전망치를 3.5%로 내놓았던 바클레이즈는 두 차례 조정을 거쳐 전망치를 2.7%로 내렸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는 최악의 경우 올해 경제성장률이 1.8%가 될 수도 있다는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3분기 이후 우리 경제의 운명을 좌우할 변수는 G3(미국, 중국, 유럽) 경제권의 향방이지만 기대를 걸 만한 곳이 없다. 유럽은 재정위기가 진정된다 해도 강력한 긴축으로 소비회복이 어렵고, 중국과 미국의 경기가 회복될 가능성도 희박하다.
3분기 이후 수출이 좋아질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문제는 내수다. 하지만 가계부채 문제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자산가치가 하락하면서 내수 회복여력도 크지 않다. 대선을 앞두고 사회 갈등이 심화될 우려가 커지는 것도 우리 경제에 부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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