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요? 여긴 70%가 새누리당이에요”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의 강원도 일정 첫날이었던 지난 1일. 문 후보는 강원도 고성군 명파리 지역민들을 만나 금강산 관광재개를 약속했다. 명파리는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 인근 지역으로, 금강산으로 가는 남측 출발지다. 그만큼 남북관계 개선은 지역경제 활성화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명박 정부의 남북 경색으로 인한 피해 액수는 2600억원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그러나 이곳은 새누리당 강세 지역이다. 민주당 강원도당 관계자는 “이곳 주민들은 금강산 관광이 막혀있는 것이 노무현 정부의 ‘대북 퍼주기’ 때문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70% 새누리’ 발언 역시 그의 말이었다. 실제로 이곳 속초ㆍ고성ㆍ양양 지역의 국회의원은 ‘NLL 폭로’ 당사자 정문헌 의원이다. 정 의원은 지난 4월 총선에서 비교적 넉넉한 표차로 당선됐다.
문 후보에게 강원도 지역은 뼈아픈 곳이다. 이광재ㆍ최문순 후보가 연속으로 도지사에 당선돼 ‘야성의 도’로 평가됐지만, 지난 총선에선 9곳 지역구 모두를 새누리당에 내줬다. ‘빼앗긴 내 떡’은 ‘본디 남의 떡’ 보다 더 뼈아프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문 후보는 본격 유세 1달반만에 처음으로 1박2일 일정으로 강원 지역을 방문했다.
그러나 문 후보의 이날 일정을 쭉 지켜보니 ‘강원도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 후보는 이날 강원도당 선대위 출범식 등 일정 내내 ‘남북관계 개선’만을 힘줘 얘기했다. ‘취임식에 북측 인사를 초청하겠다’, ‘당선 즉시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이었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문 후보의 머리속에 ‘강원도=안보 지역’으로만 인식돼 있는 것이다.
강원도는 무수히 많은 지역 현안들이 산재해 있는 곳이다. 예를 들어 강원도 해변가 도시들은 급속한 인구유출이 걱정이고, 6000억원대 ‘알펜시아 리조트’는 분양이 1/4밖에 되지 않았다. 도 재정은 파탄 지경이다. 원주는 동계올림픽 아이스하키장 유치가 지역 현안이고, 춘천은 ‘무상급식 이슈’가 현재에도 진행형이다.
설상가상이었던 것은 박기춘 의원의 동영상 폭로. 박 의원은 “새누리당 염동열 의원이, 강원랜드에 150억 기부를 강요했다”고 폭로했다. 그런데 결과는 의도와는 달랐다. 항상 소외됐던 강원도민에게 염 의원은 ‘지역 현안 해결’의 투사로 인식됐던 것. 민주당 강원도당 관계자마저 “중앙당이 지역 현안에 대해 무지하다”며 불만을 토로할 정도였다.
문 후보가 강원도를 얻기 위해 필요한 것은 ‘항공 사진’이 아니라 ‘현미경’일지 모른다.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는 섬세함 말이다. 강원도의 전체 인구는 153만명이다. 전문가들은 올 대선의 당락 표차가 50만표(2~3%) 안팎이라 전망한다.
홍석희기자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