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확대만큼 ‘증세’가 18대 대선의 핵심 의제로 부상하고 있다. 유력 대선 후보들의 ‘복지’ 강화 공약을 이행하려면 재원 마련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반면 각 후보들마다 ‘증세’를 바라보는 시각은 조금씩 ‘결’이 다르다. 구체적인 증세 방안에 대해서도 각 후보들은 침묵하고 있다. 증세를 꺼내는 순간, 표가 우수수 떨어지기 때문이다. 대신 예산을 아껴쓰면 된다는 구먹구구식이다.
가장 먼저 ‘증세’ 이야기를 꺼내든 측은 안철수 후보 측이다. 안 후보는 자신의 저서에서 “현재 40%에 이르는 면세 계층을 줄이고 더 많은 사람들을 상대로 세금을 걷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소득 상위계층 뿐 아니라 중하위 계층 역시 세금을 조금씩 더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이른바 ‘보편적 증세’론이다.
반면 최근 안 후보측은 ‘증세’론에서 한발 빼는 형국이다. 안 후보측은 최근 4단계 증세 원칙을 제시했다. 첫째,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축소 등 지출 구조 개편, 둘째 정부 예산의 자연 증가분을 우선 활용하고, 세째 비과세 감면을 축소한 다음, 네째 추가 세수 필요 시 철저한 국민적 합의와 사전동의 하에 증세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안 후보측이 선거가 임박하면서 자신의 저서에서 밝힌 ‘보편적 증세’를 사실상 철회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문재인 후보는 최근 ‘증세’론을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그는 지난 11일 정책 종합 발표 자리에서 “어쨌든 증세가 필요하다는 것을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복지 재원 마련 방안을 묻는 질문에 이용섭 정책위의장이 ‘증세’라는 단어를 끝내 사용치 않자 자진해 일어나 뜨거운 감자인 ‘증세론’을 던진 것이다.
문 후보측은 2단계 증세론을 주장한다. 1단계는 고소득자들이 더 부담하는 부자증세, 2단계는 사회적 합의를 통한 보편적 증세다. 이외에도 민주당은 지난 총선 당시 ‘1% 부자증세’ 방침을 세우고 소득세 최고세율 적용구간을 현행 3억원 초과에서 1억5000만원 초과로 낮추겠다는 공약 등을 제시한 바 있다. 문 후보는 타 후보들 보다 비교적 구체적인 증세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지난 11일 공약 발표때엔 이같은 구체적인 방안은 빠졌다. 당 정책위원회는 조만간 종합공약집을 발간할 계획이다.
박근혜 후보측도 증세를 언급하고 있다. 박 후보는 그동안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을 부과하는 쪽으로 생각해야지 증세부터 들고 나오는 것은 맞지 않다”면서 보편적 증세론에 힘을 싣고 있다. 박 후보 측에서 증세론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다. 김 위원장은 “현재 19.8%인 조세부담률을 과거 수준인 21%까지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최근 김 위원장의 당내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주요 후보들이 과거와는 달리 증세에 대해 비교적 적극적이지만 아직은 구체성이 떨어져 유권자들로서는 판단이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오건호 연구실장은 “증세 공약이 당위적·일반적 수사로 그쳐서는 논의가 공론화되기 어렵다. 각 후보가 재원방안, 증세방안을 구체적으로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홍석희기자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