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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 新복지국가> “고용, 정부가 모두 해결하려는 건…한국, 그리스로 가는 길”
일자리는 결국 기업이 만드는 것
정부, 서비스·지식 ‘마중물투자’를

불량·저질규제 대선공약 난무
규제도 質 관리하는 쪽으로 가야



이승훈 서울대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된 토론에서 김광두 새누리당 힘찬경제추진단장과 이용섭 민주통합당 정책위 의장은 두 개의 검을 노련하게 휘둘렀다. 상대방의 허점을 파고들면서 자당의 공약을 돋보이게 하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세부 실천계획이 없다는 전문가들의 맹공에는 진땀을 쏟아냈다.

-이번 선거 최대 이슈로 떠오른 경제민주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김인철=경제민주화에 대해서는 두 후보가 비슷한 것 같다. 경제민주화의 개념이 모호하고 순환출자 금지, 출자총액제한 도입, 금산분리 강화 등 내용이 주로 재벌 때리기에 맞춰져 있는 것 아닌가.

▶유종일=경제위기는 막아야 한다. 위기 극복의 토대로 경제민주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깔려야 한다.

▶김광두=새누리당은 민주당과 달리 앞으로의 순환출자를 막겠다는 입장이다. 법이 소급 적용돼서는 안 된다. 최소한의 질서가 유지돼야 기업이 정부를 신뢰하고 기업활동을 할 수 있다. 민주당의 한계는 우리 경제가 세계화돼 있다는 것을 모른다는 것이다. 우리 기업만 혼내면 꼼짝없이 당한다.

▶이용섭=우선 경제민주화는 작년까지만 해도 새누리당과 가장 먼 얘기였는데, 아이러니하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경제민주화는 재벌 해체나 재벌 때리기가 아니다. 재벌의 순기능은 살려가되 탐욕적인 진출을 막아 시장경제의 망가진 부분을 회복하자는 것이다. 동네 빵집까지 진출해 있는데 재벌 개혁이 없는 경제민주화는 허구다. 앞으로의 순환출자만 규제하겠다는 것은 중병에 걸린 환자한테 앞으로 걸릴 병만 치료해 주겠다는 것과 같다.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경제민주화의 진정성이 의심되는 부분이다.

지난달 30일 본지 주최의‘ 2013년 이후 한국경제의 진로’ 대토론회가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의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앞줄 왼쪽부터 토론회의 좌장 이승훈 서울대 명예교수와 박근혜 후보 측 발제자 김광두 새누리당 힘찬경제추진단장, 손경식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 ㈜헤럴드 이영만 대표이사, 문재인 후보 측 발제자 이용섭 민주통합당 정책위의장이 개회사를 듣고 있다.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고용은 가장 심각한 문제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김정식=일자리가 부족하니까 민주당이 공공부문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공기업 부채, 국가 부채 문제가 따라온다. 궁극적으로 일자리는 기업이 만들어야 한다.

▶김종석=재벌규제와 증세를 기본으로 하는 경제민주화 정책은 기업 투자를 위축시켜 일자리 창출에 오히려 부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 경제정책의 우선순위와 경중을 따져야 한다.

▶이용섭=공공에서 어떻게 민간보다 일자리를 많이 만들겠나. 상대적인 개념이고 지금보다 공공부문 일자리가 강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대기업에서 좋은 일자리가 많이 나오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기업이 모든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중소기업과 서비스업에 무게를 둘 것이다. 새누리당과 민주당 간 일자리 정책의 차이가 없다는 지적을 많이 듣는데, 잘 보면 큰 차이가 있다. 우리는 비정규직에 많은 애정을 두고 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사회를 만들 것이다.

▶김종석=강제로 기업들에 정규직으로 고용하라고 하면, 비정규직은 없어지겠지만 그만큼 일자리도 없어질 것이다.

▶김광두=일자리 문제에 접근할 때, 정부가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은 그리스로 가는 길이다. 결국 일자리는 기업이 만드는 것이다. 우리나라 대기업은 대규모 생산시설이 필요한 자동차ㆍ철강ㆍ조선 중심이라 고용효과가 크지 않다. 고용효과가 큰 서비스ㆍ지식ㆍ문화ㆍ생활복지 산업에 정부가 마중물 투자를 해야 한다. 정부의 지출과 교육, 훈련 3위 일체의 프로그램을 만들면 상당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유종일=청년들이 가고 싶은 곳은 제한돼 있다. 그렇다고 눈높이를 낮추지도 않는다. 2등 시민이 안 되기 위해서다. 격차를 줄여야 하는 게 최대 과제다.

-조세부담률이 낮다.

▶이용섭=이명박 정부 때 조세부담률이 떨어졌다. 국가 운영을 위해 적절한 수준의 세금은 거둬야 하지 않았나. 정부이기를 포기한 것이다.

▶김광두=노무현 정부 때 양극화가 더 심해졌다. 노무현 대통령은 8000만원 초과 구간의 소득세율을 기존 40%에서 36%로 내린 데 이어 35%로 추가 감세했다. 이것도 부자감세냐? 이명박 정부가 세율을 낮췄는데 이건 세계적인 상황이었다. 팩트를 왜곡하지 말라. 세금문제는 시대적 상황, 경기에 따라 늘릴 수도 줄일 수도 있다. 규제도 마찬가지다. 규제 완화를 야당은 재벌규제 완화로만 해석한다. 우리 사회에 얼마나 많은 규제가 있나.

▶김종석=좋은 규제와 바보 같은 규제가 있다. 규제품질을 관리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 지금 불량ㆍ저질 규제가 공약이 되고 있다.

▶유종일=금융규제 많이 풀었다. 지금 어떤가. 선진국일수록 규제가 많다. 균형 접근이 필요하다.

-양당 복지공약에 대해 말해 달라.

▶김광두=보편적, 선택적 복지는 정확한 용어가 아니다. 세계 어느 나라도 모든 복지를 모든 사람에게 하는 나라는 없다. 한 프로그램을 놓고 선택적으로 또는 보편적으로 할 것인가는 논의할 수 있다. 프로그램별로 얘기해야 한다.

▶이용섭=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우리나라 복지지출이 밑에서 두 번째다. 복지비 늘리는 것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내는 것은 전혀 시대정신에 맞지 않는다.

정리=하남현ㆍ이자영 기자/airinsa@heraldcorp.com
좌장=이승훈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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