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자영 기자]미국 등 주요국이 통화 완화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치면서 전세계 유동성이 기록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들이 넘쳐나는 유동성을 아시아 신흥국으로 쏟아 부으면서 아시아에 유입되는 투자자금이 불어니고 있다. 특히 한국은 경제 상황이 안정돼 있고 원화 절상으로 환차익 이익까지 얻을 수 있어 외국인들이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대표적인 시장이다.
17일 현대경제연구원은 미국 본원통화와 전 세계 외환 보유액을 합친 값이 올해 8월 13조7000억 달러로 지난 2008년 8조9000억달러보다 53.9%늘었다고 밝혔다. 세 차례에 걸친 미국의 양적완화, 유럽 재정 위기 극복을 위한 국채 매입의 영향이다.
반면 한국의 원화는 그만큼 가치가 절상됐다.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는 10월 말 1100원선이 붕괴한 돼 이어 최근 1070원까지 내려왔다.
금융투자업계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가운데 외국인 보유액 비중은 지난 13일 기준 33.95%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기록을 다시 썼다.
한국투자증권 이수정 연구원은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과 함께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되살아났고 원화 강세로 인한 환차익, 한국 기업의 안정적인 이익 등의 매력으로 외국인 투자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4일까지 12일 연속 매수 우위를 보이면서 2조3622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올해 들어서는 이달까지 총 16조1121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채권 시장에서도 순매수를 이어가고 있다. 외국인의 채권 순매수 금액은 9월 2조8470억원에서 10월 3조470억원, 지난달 3조3950억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외국인 투자 증가로 국내 기업의 자금 사정이 완화되는 등 긍정적인 면을 무시할 수 없지만, 자산시장에 거품이 낄 가능성이 커지는 등 금융시장의 불안정성도 동시에 증가해 주의가 요구된다.
외국인 총투자 중 직접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16%에서 올해 3분기 기준 15.1%로 하락했다. 외국인 투자자금이 장기적인 직접투자 보다는 단기적인 포트폴리오 투자에 집중돼 거품이 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함께 글로벌 유동성 확대와 외국인 자금의 국내 시장 유입으로 원달러 환율도 빠른 속도로 내려가면서 수출 기업의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
외국인 자금이 일시에 빠져나갈 때 생길 수 있는 부작용에 대비해야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미국과 유럽의 상황이 어려워져 외국 금융기관이 유동성 확보에 나서면 외국인 자금이 이탈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 김민정 연구위원은 “외국 시장의 불안 요인 때문에 외국인 투자 자금이 급격히 유출되면 외환 시장 리스크가 전체 금융시장 경색으로 퍼질 수 있기 때문에 단기성 투기 자본의 유출입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nointeres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