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대선 직후 ‘예산안ㆍ증세’ 두 안건을 두고 국회 내에서 격돌할 조짐이다. 새누리당은 ‘민주당 내분’ 상황을,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밀어붙이기’를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대선 직후 새누리당이 ‘의욕’을 보이는 반면, 민주당은 대선 ‘패배감’까지 보태지며 감정 싸움으로까지 확전되는 형국이다. 오는 27일과 28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장이 주목된다.
신의진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24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예산안ㆍ증세’ 문제와 관련, “민주당 누구와 협상을 해야 하는지가 모호하다. 지도부가 사실상 와해된 것 아니냐”며 “민주당이 준비가 안 돼 있다고 해서 새누리당이 가만히 있어선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한구 원내대표도 “예산안 처리는 12월 말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한다. 야당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야당 지도부 붕괴를 강조하는 것은 예산안 강행처리가 불가피하다는 명분 쌓기로 받아들여진다.
민주당은 즉각 반발했다. 최재성 예결위 야당 간사는 이날 국회 정론관 브리핑에서 “국가가 빚을 져서라도 본인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하겠다는 것은 점령군과 같은 발상이다”며 “6조원 증액 안에는 도로 만들고 다리 놓는 민원성 예산까지 다수 포함돼 있었다. 기가찰 노릇”이라고 말했다.
최 간사는 “내년 예산에 대한 주문이 케이블 TV 채널 수보다 많은 것 같다. 우후 죽순 격으로 아무 얘기나 막 던지는 것은 책임있는 여당의 모습이 아니다”며 “새누리당 예산안과 관련해선 예결위로 채널을 단일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야가 대치를 벌이는 쟁점은 ‘박근혜 예산’으로 불리는 6조원 예산증액과 증세방안 등 두 가지.
우선 새누리당은 민생 법안, 국민대통합 법안 등 공약 이행을 위해 6조원가량을 예산에 추가로 반영하고 필요할 경우 국채 발행까지도 추진할 계획이다. 증세 방안과 관련, 새누리당은 비과세ㆍ감면 총액한도를 2000만~3000만원으로 제한하는 ‘조세감면 상한제’를 도입할 방침이다. 세율을 올리지 않는 대신 억대 연봉자들의 비과세 감면 혜택을 축소해 증세 효과를 내려는 방안이다. 기획재정부는 이 제도 도입으로 연간 5000억~7000억원의 증세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반면 민주당은 일자리 창출과 복지 예산을 위해 새해 예산안을 6조원보다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내년 경기침체까지를 선반영해서 예산안을 다시 짜야 한다는 것이다. 예산 증액을 위해선 세금도 보다 폭넓게 거둬야 한다는 것이 민주당의 입장이다. 민주당은 소득세 최고세율(38%) 적용 대상을 현재의 ‘과세표준 3억원 이상’에서 ‘1억5000만원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오는 27일과 28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 두 안건을 동시에 상정해 일괄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충분한 협의’가 전제돼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홍석희 기자/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