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자영 기자]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국가 비전은 ‘중산층 70% 재건’ 으로 압축된다. 외환위기 이후 빈곤층으로 추락한 중산층을 끌어올려 국가의 허리를 두툼히 살찌우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산층 70%’ 목표는 박 당선인의 전매특허는 아니다.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선공약도 ‘국민 70%중산층 시대’ 였고 이명박 정부의 캐치프레이즈도 ‘중산층이 두터운 나라’로 목표치 70%를 제시했다. 이처럼 ‘중산층 70% 공약’의 기원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그동안 양극화는 심화되고 중산층 비율은 낮아지기만 했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심해진 데는 대내외적인 환경 변화와 정부의 의지 부족 및 정책 실패 등을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노무현정부와 MB정부 그리고 출범을 앞둔 박근혜 정부 모두 우리 사회의 병폐로 ‘무너진 중산층’ 을 첫 손에 꼽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그러나 원인 진단과 처방전은 서로 달랐다. 노무현정부는 ‘골고루 잘 사는 사회’를 위해 분배를 강조하며, 분배를 뒷받침 하기 위한 방법으로 경제 성장과 재벌 개혁을 제시했다. 분배를 뒷받침하기 위해 지금보다 높은 경제 성장이 필요하고 , 잠재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시장 투명성 확보 차원에서 재벌 개혁을 특히 강조했다. 강한 재벌정책기조로 출자총액규제, 상호출자, 채무보증금유지 외 집단 소송제를 즉각 도입하는 것은 물론 재벌에 대한 계열분리제도를 도입하고 왜곡된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고 부당한 경영권 세습을 차단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반면 이명박 정부는 지난 정권이 분배에 주력한 결과 경제활력이 저하돼 오히려 분배상황이 악화됐다고 평가하고 ‘친기업적 환경’으로 체질개선을 꾀했다. 기업의 투자를 늘려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을 중산층 살리기의 해법으로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법인세율 5%포인트 인하, 기업규제 완화로 매년 7%경제성장률을 통한 연 60만개 일자리 창출, 720만명의 금융소외계층의 신용복권, 주택, 교육, 의료 소득공제 확대로 생활비 감소 등을 내세웠다.
아이러니하게도 노무현, 이명박 정부의 정책실행 성적표는 반대로 나타났다. 한국개발원(KDI) 보고서에 따르면 양극화 해소를 주창했던 참여정부 시절에 소득불평등 지수가 높게 나타났고, 경기 활력을 통한 경제성장을 약속했던 이명박 정부 들어선 성장률 및 가계소득 지표가 저조한 점수를 보였다. 부동산 정책 등 정부정책 실패와 글로벌 경제위기,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체질적 한계 등이 원인이 됐다.
노무현, 이명박 정부와 달리 박근혜 당선인은 중산층 재건을 위해 고성장 혹은 구체적인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제시하지 않았다.앞선 정부들이 선진국 추격형, 경제성장률 중심의 정책을 추구하면서 빈부격차와 비정규직 양산 등의 역효과를 불러왔다는 판단에서다. 노무현 정부만큼 재벌개혁을 강조하지는 않지만 경제민주화를 추진한다는 점에서 친 기업적이던 이명박 정부와도 상당히 다른 노선을 걸을 것으로 점쳐진다.
박 당선인의 중산층 재건 공약은 크게 3가지로 분류된다. 가계부담완화, 일자리늘리기, 경제민주화를 통한 사회통합이다. 322만 금융채무불이행자들의 빚을 1000만원 한도내에서 50%, 기초수급자는 70%까지 탕감해주고 0세~5세 유아에 한해 국가 무상보육, 반값 등록금 등 교육비 완화, 4대 중증실환 건강보험 100% 책임으로 서민들의 가계부담을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늘지오(좋은 일자리는 ‘늘’리고 기존 일자리는 ‘지’키며 일자리의 질은 ‘올(오)’린다)’ 정책을 통해 IT, 서비스산업 투자로 일자리를 늘리고 비정규직 차별에 대한 징벌적 금전보상제도를 적용해 일자리의 질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또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이 무너지지 않도록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고 지역균형발전 등 ’경제민주화‘를 통해 중산층을 재건하겠다는 목표다.
박 당선인은 선거 기간에 임기 5년간 131조4000억원의 재원조달을 공약, 매년 26조원을 ‘근혜노믹스’에 쏟아부을 계획이지만 차기정부 역시 글로벌 경제위기의 극복이라는 난도 높은 과제와 재정건전성 유지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부담이 걸림돌로 남아 이다.
nointeres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