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위크엔드] 한국은 아파트 30평·월급 500만원 이상…美·英·佛선 ‘약자 도와야’ 중산층 인정
나라별 중산층 개념은
역사적으로 ‘중산층’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자본주의가 본격화된 이후다. 시간적으로 따지면 불과 200년 안팎. 그 이전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는 왕과 백성 또는 지배와 피지배층으로 나뉘었다.

중산층의 정확한 기원은 명확하지 않다. 다만 오늘날의 중산층과 유사한 개념이 역사에 처음 등장한 것을 ‘중간계급(프티부르주아)’의 출현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18세기 후반 영국 산업혁명 이후 유럽은 자본가(부르주아)와 도시로 몰려든 노동자(프롤레타리아)로 재편된다. 급속도로 발전된 자본주의는 결국 사회주의 태동의 배경이 된다. 카를 마르크스는 인류의 역사를 계급투쟁의 역사라 정의했고, 지배 수단에 불과한 ‘국가’의 주인이 노동자가 돼야 한다며 혁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중간계급(중산층ㆍ프티부르주아)이 역사의 전면에 등장하는 것도 이때다. 자본가와 노동자라는 두 계급의 극심한 갈등조정자 역할을 중산층이 맡게 된 것이다. 지배층 입장에선 혁명의 뜨거움을 막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중산층이 필요했고, 반대로 혁명을 원했던 노동자 측에선 ‘자본가 행세를 하는 소시민’이라는 비아냥을 이 중간계급에 쏟아냈다.

‘중산층은 존재 자체가 전복적’이라는 평가도 좌파학자들의 불만이 가득 섞인 평가다. 고도로 발전된 자본주의 사회일수록 사회 양극화가 심화되고 그래야만 혁명의 기운이 높아지는데, 예상치 못했던 중산층의 등장은 곧 혁명이 어려워졌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잃을 것이 ‘쇠사슬’뿐인 노동자들에 비해 잃을 것이 많은 중산층에겐 혁명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기획으로 비쳤을 법하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의 중산층의 증가는 곧 사회 안정성이 높아진다는 의미로 평가된다. 사회의 허리 역할을 담당하는 중산층의 증가 여부는 곧 국정 운영의 척도로도 평가된다. 지난 1997년 IMF 사태 이후 ‘중산층의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던 것도 중산층의 몰락이 곧 사회 안정을 저해하는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중산층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 울프슨지수는 중산층의 몰락 정도를 추정하기 위해 고안된 지수로, 중산층을 중위 소득 부근 인구로 가정하고 숫자가 클수록 중산층이 많이 줄어들었음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지난 1996년 한국의 울프슨지수는 0.2388이었고, 2006년에는 0.2941이었다. IMF 사태 이후 중산층이 급격히 몰락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중산층의 소득 점유율’ 기준법은 전체 가구를 소득 수준에 따라 20%씩 묶어 이 가운데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에 속하는 가구를 중산층으로 정의한다.

각국마다 제시하는 중산층의 정의는 제각각이다. 한국(한국개발연구원)은 ▷부채 없는 아파트 30평 이상 소유 ▷월급여 500만원 이상 ▷자동차는 2000㏄급 중형차 소유 등이 중산층의 기준으로 꼽혔다. 주로 보유 자산의 많고 적음에 따라 중산층이냐 아니냐를 가르는 것이다.

반면 프랑스의 중산층(퐁피두 대통령)은 ▷최소 1개의 외국어 구사 ▷직접 즐기는 스포츠 ▷다룰 줄 아는 악기 ▷약자를 돕는 봉사활동 등을 꼽았고, 영국(옥스퍼드)은 ▷페어플레이 정신 ▷자신의 주장과 신념을 가질 것 ▷약자를 두둔하고 강자에 대응할 것 등이 중산층의 기준에 올라 있다. 미국은 ▷자신의 주장에 떳떳하고 ▷사회적인 약자를 도우며 ▷부정과 불법에 저항하는 것을 중산층의 정의로 내놓고 있다.

한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ㆍ1995)는 가구 소득을 기준으로 ‘중위 소득’의 50% 미만을 빈곤층으로, 50~150%를 중산층으로, 150% 이상을 상류층으로 구분한다. 사회 중위 소득자의 소득 수준이 월 100만원일 경우, 월 50만~150만원을 버는 가구를 중산층으로 분류하는 것이다. 

홍석희 기자/hong@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