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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거땐 99% 모시다…당선땐 99% 위에 군림 ‘악순환’
불만의 시대-99%를 위한 정치개혁 프로젝트 <1>

이익단체에 휘둘리는 국회
몰려드는 브로커에…票아쉬운 의원 ‘쪽지예산’으로 보답?

제밥그릇만 챙기는 의원들
결식아동 식비 고작 100원 올리고 의정지원비는 2.7% 인상

읽기만 하는‘ 앵무새 의원’
국감장선 호통·생색내기 급급…질의서 잘읽기만 해도 다행


국회의원은 대한민국 1% 특권층이다. 99%의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던 이들은 국회에 입성하자마자 연봉 1억5000만원과 면책특권, 불체포특권을 지닌 최상위층이 된다. 재래시장 상인들의 하소연, 얼음장 같은 독거노인의 방에 대한 기억은 4년 뒤로 밀려나고 만다. 국회의원에게 99%의 국민은 차기 선거에서 자기 밥그릇을 보장해 줄 한 장의 투표지로 각인될 뿐이다.

▶이익단체ㆍ지자체에 휘둘리는 국회=국회 내 의원회관 복도에는 동그란 탁자와 의자들이 수십개씩 늘어서있다. 매일 십수명씩 쇄도하는 이익단체들의 로비가 바로 이곳에서 시작된다. 두툼한 서류뭉치를 든 브로커들은 이 딱딱한 의자에 앉아 국회의원과 보좌관을 열심히 설득한다. 한 의원실 보좌관은 “힘 있는 이익단체들은 특정법안 처리 여부에 관심이 많고, 소규모 단체들은 예산 지원을 많이 부탁한다”고 했다.  

국회의원 방문 및 설득, 낙선운동은 결국 선거 때마다 한 표가 아쉬운 국회의원들을 움직인다. 사후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도 정부의 오락가락 행보 끝에 결국 무산됐다. 손꼽히는 이익집단인 약사회와 의사회의 힘겨루기 속에서 국회의원들이 수수방관했기 때문이다. 

남은경 경실련 사회정책팀장은 “국회에서 보건복지부 등 정부를 불러 대안을 요구하고 관련 여론을 만들 수도 있었는데 지켜보고만 있었다”고 비판했다. 

이번 예산안 심의과정에서 논란이 된 ‘쪽지예산’도 이익단체에 휘둘리는 국회의원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당시 예산 심의 과정에서 지자체ㆍ공공기관ㆍ이익단체 등이 지역 민원사업 예산을 끼워달라고 여야 의원들에게 전달한 ‘쪽지민원’이 4500건을 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쪽지가 활개친 끝에 지역 SOC사업 예산은 정부 원안에 비해 5574억원 늘었다. 반면 기초생활보호대상자의 의료비 보조예산은 2824억원 삭감됐다.

이 같은 쪽지예산의 주역들은 언론의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역구 예산 확보를 자랑했다. 다음 총선 때 한 표라도 더 끌어올 수 있다면 이 정도 뭇매는 상관없다는 태도다. 

▶생산성은 뒷걸음…밥그릇 챙기기는 선두=국회의원들은 자기 밥그릇도 철저하게 챙겼다. 의원들의 국내외 출장비, 차량유지비, 복사비 등으로 충당되는 의정지원비는 전년보다 2.7% 오른 665억원으로 책정했다. 국회는 지난 4년간 이 의정지원비를 128억원 올렸다. 반면 부모 없는 아이들의 한 끼 식비 지원은 전년 대비 고작 100원 올랐다.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직접 보좌하는 각 의원실 직원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00년 5월 16대 국회 개원 시 1638명이던 의원실 직원은 19대 국회에서 2100명으로 462명 증가했다. 이 외에도 각 국회의원들은 2명의 인턴 직원을 고용하고 있어 이를 포함하면 의원실 식구는 더 늘어나게 된다. 그러나 이 같은 의원실 직원 증가와 달리 각 국회의원 당 생산력은 여전히 정체상태에 머물고 있다. 의원 발의 법안수 역시 폭발적으로 증가(18대 국회 1만2220건, 16대 국회 1912건)했지만, 이중 3건 중 1건은 임기 만료로 자동폐기된 법안을 재탕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감장에서도 읽기만… ‘공부 안하는 국회의원’=“국감은 영감도 같이 준비하는 거였구나. 비서가 써 준 것을 읽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었구나.”

지난해 익명으로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공간으로써 무릇 SNS를 뜨겁게 달궜던 ‘○○ 옆 대나무 숲’ 계정 중 하나인 ‘국회 옆 대나무 숲’. 그곳에 올라온 이 짧은 하소연은 ‘공부 안하는 국회의원’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국민의 삶을 챙겨야 하는 국회의원이 정작 ‘민생공부’에는 관심없고, 정부부처 관계자들 앞에서 호통치며 생색내기에 급급한 안타까운 현실이 심심치 않게 목격된다.  

국회의 한 보좌관은 “국정감사 들어가기 전에 의원실에 질의서를 올려놓으면 한 번 쓱 훑고는 그대로 감사장에 들어간다”며 “적어도 내용 정도는 숙지하고 공부했으면 좋겠다. 잘 읽을 수나 있을까 조마조마 해야 하는 게 말이나 되냐”고 토로했다.

‘공부하지 않는 국회의원’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국민들의 원성도 높다. 

외부에서 쏟아져 나오는 비난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는 국회의원들 사이에서도 점점 힘을 더하는 분위기다. 19대 출범 초기에는 이 같은 반성의 일환으로 각종 연구모임들이 생겨나며 ‘일하는 국회’ ‘공부하는 국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2012년을 뜨겁게 달궜던 ‘경제민주화’ 논의에 불을 지핀 것 또한, 여야 각 당에서 생겨난 경제민주화 연구모임들이었다.
김윤희ㆍ손미정 기자/wor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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