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길용ㆍ양대근 기자〕박근혜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없는 ‘세 가지’가 정치권의 화두에 오르고 있다. 말이 없고, 명함이 없고, 노트북이 없다는 것이다. 실질적인 업무와 소통을 위해 꼭 필요한 ‘세 가지’가 없다는 것이다. 인수위가 낮은 자세에만 치우쳐 통과의례성 형식에 그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강석훈 인수위 국정기획분과 위원은 10일 삼청동 금융연수원 인수위 사무실에 들어가기에 앞서 기자들에게 “낮은자세로 임하겠다”고만 말했다. 취임사에서나 들을 이 발언은 인수위 공식 출범 닷새가 지나서도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다른 인수위원들 역시 취재진들의 질문에 모두 입을 봉하거나 “업무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는 형식적인 말들만 나오고 있다.
향후 국정운영 방향이나 정책에 대한 ‘입’이 없는 것이다. 박 당선인이 입단속을 강조하면서 “지금은 금언(禁言) 기간이다” “나는 수행비서일 뿐이다” “외과수술 해서 입 없앴다” 등 취재진의 질문에 말문을 닫는 인수위 관계자들의 표현도 다양하다.
1000여명 가까운 취재진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인수위 주변에 포진해 있지만, 인수위 소식을 전달하는 이는 공식적으로 대변인 3명 뿐이다. 방대한 국정 전반을 다루는 인수위이다보니 대변인 3명이 모든 현안을 이해하기에는 역부족일 수 밖에 없다.
인수위 한 관계자는 이와관련 “언론에 확정되지 않은 이런 저런 내용이 보도되는 걸 박 당선인이 워낙 꺼려해 어쩔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인수위에는 명함도 없다. 선대위 당시에도 ‘명함’을 없앤 기조를 인수위에까지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윤창중 대변인은 이에대해 “인수위는 낮은 자세를 견지하기 위해서, 통상 명함을 사용하면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에 항상 겸손한 자세를 유지한다는 차원에서 명함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수위 주변에선 이를 달리 해석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표면적으로는 인수위 명함으로 줄대기를 하거나 자기 잇속만 챙기려는 것을 사전에 막겠다는 의지”라면서도 “과거 인수위 행태에 대한 트라우마가 강하다 보니 인수위가 오히려 무슨 첩보영화 속 스파이로 비춰지고 있어 오히려 역효과를 내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감도 있다”고 비판했다.
인수위에는 또 하나 노트북도 보이지 않는다. 7일 박 당선인이 처음 주재한 인수위 전체회의 뿐 아니라 인수위 간사단 회의에서도 노트북이 없다. 거의 모든 회의에서 이용되고 있는 노트북이 유독 인수위에서만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대신 인수위 회의 테이블에는 ‘수첩’과 서류뭉치들뿐이 없다는 것이 인수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도 “인수위가 출범한지 언제인데 아직까지 인수위 간사단 회의에서 나오는 말들이 ‘낮은 자세를 견지하겠다’ ‘명함을 없애겠다’ 같은 형식적인 말뿐이 없냐”면서 “늦어도 16일까지는 정부조직개편 작업을 끝내고, 국무총리 인선도 해야 하는데 지금 어쩌자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일부 인수위원들은 박 당선인의 공약조차 제대로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핵심적인 인수위 업무는 박 당선인의 비서실에서 주도하고, 인수위는 형식적인 각 부처의 업무보고 창구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감이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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