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지하경제 양성화 의지가 두드러진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향후 5년간 135조원의 복지재원 중 50억원 정도를 지하경제 양성화 등을 통해 조달하겠다는 각오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통상 금융권 결제시스템을 통과하는 돈은 하루 255조원(연간 6경원)이지만 국세청의 과세대상 실물거래 규모는 4000조원대에 머문다. 무려 15배가 넘는 돈이 과세권 밖에서 나도는 셈이다.
인수위는 우리나라 지하경제 규모가 연간 300조원대로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OECD 33개 회원국 중 다섯 번째로 높고, 유럽발 재정위기 진원지인 그리스 수준이라고 한다. 지하경제만 제대로 들춰내도 연간 6조원대의 세수를 확보하게 된다. 이대로 둘 수 없는 이유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워낙 광범위하고 그 뿌리도 깊기 때문이다. 정부마다 금융실명제, 신용카드 사용 확대, 현금영수증 발급 세제혜택 등 갖가지 수단을 강구했지만 실효는 미미했다. 이번에 인수위가 양성화 우선 표적으로 가짜석유를 지목한 것은 의미가 있다. 구체적인 불법사안부터 바로잡고 국민적 동의가 필요한 거액 현금거래 등으로 점차 그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옳다.
가짜석유 유통에 따른 세금 탈루액이 연간 1조원대에 이른다. 전국 주유소 거래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첨단시스템만 제대로 가동하면 거액의 세수도 늘리고 소비자도 보호하는 일거양득이 된다. 해당업계가 영업권 침범을 이유로 반발하는 것은 매우 유감이다. 지하경제 양성화야말로 복지재원 충당 차원을 넘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중차대한 국가적 과제다. 정권의 명운을 걸 사안이다.
지하경제 양성화는 과세형평에도 부합한다. 밀수, 매춘, 뇌물, 불법사금융에 조폭 자금까지 검은 돈의 양태는 다양하다. 탈세야말로 꼬박꼬박 세금을 갖다 바치는 대다수 국민에게 노골적으로 부담을 떠안기는 몰염치 행위다. 이제 여야가 적극 나서야 할 때다. 국회에 이미 고액 현금거래 자료들을 금융정보분석원(FIU)이 국세청에 모두 넘겨주도록 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이 상정돼 있는 만큼 법제 조기화를 기대한다.
물론 국가의 과도한 개인 정보 관할에 따른 부작용도 감안해야 한다. 조세저항 등을 부를 소지가 크다. 서민을 위한 복지재원을 만든다면서 서민, 특히 영세 자영업자들의 속주머니까지 훑어내서도 곤란하다. 차제에 공공부문, 특히 각 부처의 예산남용도 철저하게 따져 정부부터 수범을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