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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기업 인사 형식적 외부 공모…뒤로는 ‘개국공신’ 에 보은인사
靑거쳐 공기관 임원 재취업 44명
정부 산하기관엔 250여명이나
비전문성이 곧 공기업 부실화로



“누구를 주려고 마음 먹고 형식적으로 공모하는 식이면 안 된다.”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인 2008년 4월 25일,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 확대비서관회의에서 전문성 있는 공공기관장을 역설했다. 하지만 그런 MB정부도 공공기관장에 대한 낙하산 인사로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다.

MB정부 초기 당시 유인촌 문화관광부 장관이 문화 예술계 기관장들에게 “과거 정부 인사들은 스스로 물러나라”며 대규모 숙청작업을 벌였다. 그리고 확보한 100여개 기관장 자리는 ‘개국공신’들에게 훈장처럼 수여됐다. 공공기관이 보은 인사, 봐주기 인사의 산실로 지목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2013년 1월 현재 청와대를 거쳐 공공기관 기관장이나 고위 임원에 재취업한 인사는 최소 44명, 정부 부처에서 산하기관 고위직으로 옮긴 인사는 약 250명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청와대 출신 40명은 이명박 정부 집권 후반기인 2011년 이후 임명됐다. 공공기관 재직 감사 250명 가운데 정부 공무원 출신 비중도 47.2%(118명)나 된다.

청와대 출신 현직 기관장으로는 김해수 한국건설관리공사 사장(전 정무1비서관), 정정길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전 대통령실장), 양유석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원장(전 방송정보통신 비서관) 등이 있다. 연규용 전 청와대 경호처 차장은 2010년 부산항보안공사 사장에 임명됐고, 후임 최찬묵 전 청와대 경호처 차장은 지난해 2월 인천항보안공사 사장으로 옮겼다.

‘훈장’처럼 수여된 공공기관장 직책은 결국 공기업 부실화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전문성 없는 ‘낙하산 기관장’들은 업무 파악에만 수개월이 걸리고, 반발을 무마하느라 당근정책을 남발해 공공기관을 뼈속부터 멍들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실제로 한국조폐공사는 지난 2010년 16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지만, 윤영대 사장(2011년 9월 취임) 취임 이후인 2011년에는 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부채는 같은 기간 1119억원(2010년 959억원)으로 늘었다. 윤 사장은 이명박 대통령과 고려대 동문으로, 지난 17대 대선 당시 이 대통령의 상임 특별보좌역으로 활동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조폐공사 측은 “회계 기준이 바뀌면서 당기 순손실이 난 것이다. 조폐공사 자체 실적만을 따지면 2011년도 당기 순이익은 32억원을 기록했다”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낙하산 인사의 비전문성이 곧 공기업 부실화의 근본 원인이 된다고 입을 모은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낙하산 인사는 그간의 인맥을 이용해 특혜를 주는 등 공공기관 운영 투명성에 큰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공공기관의 낙하산 인사라는 폐단을 없애기 위해선 무엇보다 공공기관에 대한 평가가 객관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와 함께 공공기관장 선임에서도 업무 전문성과 경영능력을 최우선으로 하는 객관적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홍석희 기자/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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