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은 15일 세종시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해 지원하는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 촉진법 개정안’에 대해 “국무위원들의 뜻을 존중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들은 김황식 총리가 택시법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자, 기다린듯이 반대의견을 쏟아냈다. 법제처에서는 거부권 행사에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의견까지 내놨다. 이대로면 정부의견은 거부권이 분명하다.
이 대통령은 반대했지만, 박 당선인이 고수해 만들어진 세종시에서 거부권이 논의된 점도 의미심장하다. 이 대통령은 심지어 “정권 인수인계 기간이고 경제위기 때인데 정부부처가 이전해 업무효율이 떨어진다면 국민에게 죄송한 일이다”라며 정부부처 이전을 우려했다.
‘약속을 지킨다’는 정치원칙으로 택시법을 강행한 박 당선인에게 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일종의 도전이다. ‘세종시를 지켜냈다’는 정치적 수혜가 컸던 박 당선인에게는 이 대통령이 계속 ‘세종시’를 마뜩찮아 하는 것도 달갑지 않을 수 있다.
택시법의 경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국회 2/3라는 재의요건을 갖춰 반격할 수는 있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다. 정치권 내 택시법을 반대하는 의견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고흥길 특임장관은 15일 “일반 여론은 법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많은데 정치권에서는 국회마찰, 새 정부 출범을 고려해 통과시켜줘야 한다는 의견과, 과도한 재정지출을 요하는 이런 법률안들이 과연 복지와 어떻게 관련되는 지에 대해 재의를 요구해야한다는 의견이 혼재한다”고 말해 재의요건 충족이 쉽지 않음을 애둘러 표현했다.
하지만 박 당선인에게 반격카드가 없는 것만은 아니다. 연일 도덕성 시비기 불거지고 있는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자는 취임을 앞둔 박 당선인에게도 부담이다. 따라서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좌절시키는 대신 택시법을 통과시키는 쪽으로 야당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시나리오가 있다. 이 후보자 인선과정에서도 박 당선인 측은 “상의한 것은 맞다”고만 했다. 법적으로 후보추천권은 현직 대통령에 있는데다, 후보자 선정을 위한 인사검증도 청와대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발을 뺄 여지는 있다.
현재 새누리당 의석수면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단독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취임을 앞둔 박 당선인이 야당 반대를 무릅쓰고단독통과라는 무리수를 둘 지는 미지수다.
홍길용 기자/ky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