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내에서 대선패배의 원인을 둘러싼 백가쟁명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변재일 정책위의장은 “총선과 역대 대선을 분석하면 17% 가량의 스윙보터(선거마다 투표 성향을 바꾸는 유권자)가 있다"면서 "이 스윙보터중 70% 정도를 끌어오면 이길 수 있다고 봤는데, 결국 패배했다"고 밝혔다. 때문에 앞으로 민주당의 핵심과제는 좌클릭이냐, 우클릭이냐가 아니라 ’중도확장’이라고 진단했다.
변 의장은 “스윙보터의 상당수는 경제와 사회·복지 정책에선 진보적 성향을, 그러나 북한은 싫어하는 사람들”이라며 “앞으로 이념적인 정책 보다는 민생형 정책들에서 주도권을 잡아 나가야 한다"고 했다. 그는 중도확장 실패 원인 중 하나로 ‘북방한계선(NLL) 논란’이라고 봤다. 그는 “NLL논란으로 민주당은 큰 타격을 입었다. 북한을 불안하게 바라보는 유권자들을 향해 문 후보가 특단의 조치를 내놨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지도부가) 너무 안이하게 판단했던 것”이라고 봤다.
민주당 ‘정책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 원장을 겸임하고 있는 변 의장은 대선 패배에 대해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대선 막판 문재인 후보측에 경고음을 수차례 전달했다. 변 의장은 “투표 일주일 전 ‘정권교체’ 여론이 64%에서 51%로 급속히 줄어들었다"면서 "그런데도 캠프에서는 낭만적인 낙관론이 판을 쳤다"고 했다. 대선 하루 전까지도 문 후보는 ‘정권교체 열망 국민이 64%나 된다’며 승리를 낙관했고, 지도부도 “골든크로스를 지났다”고 했다. 판세를 오판해서 샴페인을 미리 터뜨렸다는 것이다.
변 의장은 문 후보와 안철수 전 후보 양측에 거리를 뒀다. 그는 “문 후보가 화끈하게 안 후보의 요구 조건을 100% 받아들였다면 (경선에서) 100% 승리했을 것”이라 말했고, 안 후보에 대해선 “안 후보측에 있었던 김형기 교수가 최근 대선평가 토론회에서 ‘안철수 현상을 담기엔 안철수 그릇이 작았다’고 말했는데 사실 나도 그렇게 느낀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와의 향후 관계와 관련해선 변 의장은 ‘건강한 견제’를 내세웠다. 그는 “잘하는 정책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지지와 협조를, 문제가 있는 정책에 대해선 비판을 가해 정부가 가야할 방향을 제대로 설정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복지 재원 마련 문제와 관련해서도 그는 “원칙을 강조하셨던 분이신만큼 공약대로 지켜야 하지 않겠냐”고 밝혔다.
홍석희기자 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