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흡 헌법재판소 소장 후보자는 사상 ‘최다 의혹 보유자’, ‘양파남(의혹이 끝이 없는 남자)’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국회 인사청문회 증언대에 21일 올랐다. 후보자 선정 초 ‘친일 판결’, ‘보수적 색채’가 문제다면 시간이 흐르면서 각종 의혹과 논란은 무려 30여개를 넘어섰다. 재산 의혹, 증여세 탈루 의혹, 자녀 부당 취업 의혹 등이 줄줄이 쏟아졌다.
민주통합당은 역대 최강의 인사청문회 팀을 꾸려 ‘반드시 낙마시키겠다’며 일전 불사를 외쳤고, 새누리당 일부에서도 부정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사실상 박근혜 당선인의 첫 공직 후보자 인선이라는 점에서 오는 22일까지 이틀동안 열리는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개인비리 의혹 = 이 후보자에 대한 의혹은 크게 재산 형성과정과 자녀 문제에 집중된다. 이 후보자는 6년간의 헌법재판관 재임 기간 중 총 6억9821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같은 기간 이 후보자와 그의 배우자의 예금 증가액은 5억2737만원이었다. 각종 자료로 입증된 이 후보자의 지출만 2억원이라는 점, 셋째 딸의 미국 유학비용(1억5000만원 가량) 등이 추가로 지출된 것을 고려하면 이 후보자가 2억원 이상의 예금의 출처가 의혹이 집중되는 부분이다. 이 후보자는 자녀들로부터 월 250만원씩의 생활비를 받았다고 해명하고 있다.
이 후보자의 셋째 딸이 삼성물산에 입사한 것도 의혹을 받고 있다. 삼성물산은 입사 자격으로 경력 4년 이상, 석사의 경우엔 2년이상의 경력을 입사 자격으로 내걸었으나 이 후보자의 셋째 딸이 관련 경력이 없음에도 입사한 것이 의혹이 제기되는 지점이다. 일각에선 이 후보자가 서울 고법 판사 재직시 이 회사의 과징금 취소 판결이 딸의 채용 과정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내놓고 있다.
▶권위주의적 성품·도덕성도 논란= 이 후보자의 권위주의적 행태도 논란거리다. 그는 대전고법 부장판사 재임 시절 여직원에게 ’법복 시중’을 지시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법원 직원을 고속도로 요금소까지 운전을 시킨 다음 차에서 내리도록 지시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 후보자는 이와 관련 별도의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수원지원장 재직 시절 관내 회사인 삼성전자에 연말 송년회 협찬을 지시했던 것은 판사로서의 자질 문제로 비화된다. 그는 또 수원지원장 재직 당시 검찰에 골프장 예약을 요구했던 것으로도 알려져 비난을 사고 있다. 그의 권위주의적 행태와 판사로서의 도덕적 잣대가 사회 기준에 비해 한참이나 낮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같은 사건들 때문이다.
▶야권·법조계 “안될 사람”-새누리 “청문회 보고..”= 이날 청문회에서 야권은 이 후보자를 상대로 십화포화를 퍼부었다. 박범계 의원은 “정치적 성향을 떠나 자격미달, 함량미달의 인사”라고 규정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도 21일 오전 국회 앞에서 ‘이동흡 임명반대를 위한 인권시민사회단체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헌법재판관 재직 6년 동안 국가우선, 정권우선, 행정우선, 기득권우선, 보수우선의 원칙에 충실했던 정치적 편향 인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기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그러나 “야권의 정치 공세가 이 후보자에 집중되고 있다. 일단 청문회를 통해 이 후보자의 해명을 들어본 다음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석희기자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