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부 부처들은 5년 주기로 ‘시한부 인생’을 되풀이한다. 정권교체 때마다 관례처럼 벌어지는 정부조직 개편 때문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만 들어서면 관련 조직 공무원들은 업무는 고사하고 너도나도 생존을 위한 ‘로비전쟁’에 뛰어든다. 이렇게 낭비되는 비용이 적게는 수십억, 많게는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1948년 정부 수립 이래 역대 대통령들은 아홉 차례에 걸쳐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특히 1988년 이후 선출된 단임제 대통령들은 한 명의 예외도 없이 정부조직을 입맛대로 뜯어고쳤다. 박근혜 정부 역시 다르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에서 15부 2처 18청이었던 조직이 이번에 17부 3처 17청으로 탈바꿈했다. 이러한 잦은 개편은 선진국과 극명하게 비교된다. 미국의 경우 2001년 9ㆍ11 테러에 대응하기 위해 국토안보부를 만든 걸 제외하곤 30여년 동안 정부 시스템이 한 차례도 바뀌지 않았다. 일본 역시 2001년 50여년 만에 중앙정부 조직을 대폭 개편한 이후 12년 동안 부처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불필요한 낭비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주기적으로 조직이 개편되면서 공무원들은 5년마다 서로 업무와 기능을 빼앗거나 유지하기 위해 전방위 로비를 벌여야만 한다. 바뀐 이후에도 산하기관의 정비와 정착에 또다시 많은 시간과 비용이 수반된다.
경제학적 개념인 ‘메뉴 비용’도 비용 낭비의 주범으로 거론된다. 새로운 부처의 명칭이 생기면 전국의 현판뿐 아니라 정부가 쓰던 서류까지 모든 서식을 바꿔야 한다.
행정학회 소속 모 교수는 “‘박근혜 정부’ ‘이명박 정부’처럼 어떤 대통령을 위한 정부 조직보다는 ‘대한민국 정부’라는 인식을 갖고 장기적 안목으로 정부조직 개편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양대근 기자/bigroo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