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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임장관제·핵심 비서실장…박정희式‘임자정치’의 부활?
규모 작지만 외연 확대 닮은꼴
국가안보실은 안보특보와 오버랩

정책실장 폐지로 권한 더 커진 비서실장
사실상 인사권까지 도맡는 구조
대통령 복심 읽는 ‘이후락 모델’ 예고

행정·경제·정무·안보 4대 컨트롤 타워
실무형 관료위주 ‘분할통치’철학도 계승



21일 발표된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 조직은 박 당선인이 영부인을 대행했던 4공화국 당시의 조직을 떠올리게 한다. 총리와 부총리, 각 부처 장관 등 내각은 행정과 정책을, 청와대는 비서실장을 통해 ‘직할 통치’를 담당하는 구조다. 새로운 비서실의 규모는 현행 대통령실보다 줄었지만, 현재 대통령실장보다 더 강력한 비서실장의 탄생을 예고한 셈이다.

▶1968년 체제 복습=청와대 비서실의 기초는 1963년 3공화국 때 만들어졌다. 하지만 당시 비서실은 정무수석이 국회 및 행정 각 부처에 대응하고, 나머지 수석은 대통령 보좌에 기능의 중심이 맞춰졌다. 그러다 1968년에 오늘날과 같은 행정 각 부를 대응하는 장ㆍ차관급 수석이 설치되고, 이를 비서실장이 총괄하는 구조가 완성된다. 이번 청와대 개편안도 이 골자를 유지했다.

주목할 점은 1968년 설치된 장관급의 안보특별보좌관이, 박근혜 정부에서 신설되는 국가안보실과 ‘오버랩(overlap)’된다. 1968년 당시 안보특보는 북한 무장공비가 청와대 습격을 꾀한 ‘1ㆍ21 사태’가 직접적 설치 계기가 됐는데, 역시 장관급인 국가안보실 설치는 천안함 폭침 이후 연평도 도발, 핵개발, 장거리 로켓 발사 등을 강행하고 있는 북한에 대한 박근혜식(式) 대처로 해석된다. 여성 대통령으로서 가질 수 있는 안보에 대한 취약점을 국가안보실을 통해 보완하려는 포석도 엿보인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안보 외에도 외교ㆍ경제ㆍ정치ㆍ교육문화ㆍ사회ㆍ사정ㆍ국제정치ㆍ법률 분야의 특보를 순차적으로 뒀는데, 외견상 청와대 조직은 그대로 둔 채 ‘특보’라는 ‘비선(秘線)’을 통해 외연을 확대시키는 방법이었던 셈이다.


▶핵심은 ‘비서실장’=21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대통령실을 비서실로 바꾸고, 정책실장과 6개 기획관을 폐지한 ‘작은 청와대’를 강조했다. 하지만 현 정부에서 인사기획관이 가졌던 인사추천권을 인사위원회를 통해 넘겨받은 비서실장의 권한이 오히려 더 커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익명의 정부 관계자는 “청와대 권력의 핵심은 인사권”이라며 “이명박 정부 대통령실장은 주로 학계나 언론계 출신으로, 대통령의 실무 참모인 기획관에 밀려 상징적인 역할에 그쳤는데 사실상 인사권을 대행할 차기 정부 비서실장은 ‘실세 기획관’들을 없앰으로써 상징적인 역할 이상의 실질적 권한을 가질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막강한 권한 때문에 비서실장 적임자도 3공화국 때의 이후락, 4공화국 때의 김정렴 실장의 유형이 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두 사람 모두 군부 출신 인사가 아닌데도 박정희 대통령에게 ‘임자(허물없는 상대에 대한 2인칭 대명사)’로 중용됐는데, 철저히 대통령의 ‘복심(腹心)’을 읽어 기득권층을 견제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이후락 실장은 ‘제갈조조(제갈공명과 조조의 합성어)’로도 불리며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대통령비서실장의 ‘원형(prototype)’으로 꼽히기도 한다.

▶정ㆍ청(政靑)을 아우르는 컨트롤타워 완성=21일 청와대 조직 개편이 발표됨으로써 박근혜 정부의 권력지도도 밑그림이 완성됐다. 행정은 총리가, 경제는 부총리가, 정무는 비서실장이, 안보는 국가안보실장이 총괄하는 4개의 ‘컨트롤타워’가 국가의 기본 기능을 담당하는 구조다. 박정희 대통령의 ‘분할통치(divide and rule)’ 철학이 박 당선인에게 계승된 모습이다.

남은 것은 총리에게 얼마만큼의 권한을 줄 것인지와 대선 핵심 공약인 ‘복지’를 수행할 ‘사회보장위원회’(가칭)의 위치다.

컨트롤타워와 각 부처 책임장관제도가 예고된 만큼 박근혜 정부의 총리는 ‘실세’보다는 ‘대통합의 상징’이 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박정희 대통령 때도 ‘개국공신’이었던 김종필 총리를 제외하면 독자적인 권력 기반을 가진 경우는 없었다. 대부분이 대통령의 뜻을 충실히 수행하는 실무형 관료였다. 역시 ‘2인자’를 허용하지 않는 박 당선인도 이를 본받아 실세 총리는 두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회보장위원회의 경우 ‘행정ㆍ예산ㆍ정무’ 등이 어우러진 분야를 다뤄야 하는 만큼 대통령이 직접 챙길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산하 각종 위원회에 대한 개편안에서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홍길용 기자/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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