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조동석 기자]수련 과정을 거쳐 세상에 나오면 20~30년은 거뜬했다. ‘정년 연장’ 논쟁은 남의 얘기였다.
하지만 이제 그들도 정년을 보장받기 바란다. 최고 직업이라고 불리던 변호사와 의사. 간판만 내걸면 의뢰인이, 환자가 찾아오던 시대는 지났다.
법무법인을 뛰쳐나와 금융기관에 들어간 변호사 A(41)씨. 처음에는 계약직이었다. 그러던 그가 지난해 정규직이 됐다. 계약직으로 있을 때보다 연봉이 30%나 깎였는데도 A씨는 서슴없이 계약서에 사인했다. 그는 “안정이 최고”라고 말한다.
3년 전 치과의원을 개원한 B(38)씨. 5년 동안 월급쟁이 의사로 있다가 은행 돈을 빌려 치과를 오픈했다. 그런데 요즘 손님이 없어 걱정이 태산이다. ‘월ㆍ목 야간진료’ 플래카드도 무용지물이다. 처음에는 손님을 모으기 위해 저가공세를 펼쳤다. 그것도 잠시. 입소문을 타지 못했다. 본전 생각하면 문을 닫지도 못한다.
변호사와 의사, 많이 배웠으니 당연히 많이 벌줄 알았다. 해마다 소수에게만 자격증이 주어지니 진입장벽이 높아 경쟁은 없는 줄 알았다.
하지만 최고의 자격증 소지자인 변호사가 구직난에 시달리는 현장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의사라도 전부 잘나가는 건 아니다. 이게 전문직의 현실이다.
실제 사법연수원생의 수료식 기준 취업률은 지난 2008년 64.0%에서 2009년 55.9%로 떨어진 뒤 2010년 55.6%, 2011년 56.1%로 50%대를 유지하다가 지난해 40.9%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올해는 46.8%. 경기 불황과 로스쿨의 졸업생의 배출이 영향을 줬더라도 40%대 취업률은 굴욕에 가깝다. 동료 변호사들은 대한변협의 첫 직선 회장인 위철환 변호사에게 ‘변호사 생존권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폐업한 병ㆍ의원은 1914곳. 이중 의원이 1625곳(84.9%)을 차지했다. 동네 의사가 사라지는 현상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2009년 폐업한 병ㆍ의원은 1686곳에 불과했다.
진료과목별로 보면 산부인과가 눈에 띈다. 지난해 56곳이 개업한 반면 97곳이 문을 닫았다. 저출산과 무관치 않다. 이밖에도 외과, 소아청소년과, 비뇨기과, 영상의학과, 재활의학과, 가정의학과 등에서 폐업이 개업보다 많았다.
의원의 평균생존기간은 어떨까.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치과 4.9년 ▷한의원 4.5년 ▷일반 의원 4.5년이란 분석결과를 내놨다. 한번 차리면 정년없이 평생 먹고살줄 알았던 의사들의 현실이다.
3년 생존율은 치과 71.3%, 한의원 64.3%, 일반 의원 63.1%이다. 편의점(63.0%)에 비해 크게 다를 바 없다. 이처럼 최고 직업이라고 생각했던 이들의 최근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공무원이 각광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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