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작년 GDP 성장률이 2%에 그쳐 2009년 이후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경기 회복 낙관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최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등 두 경제수장이 경기 회복론의 운을 뗀 데 대해서도 경제전문가들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오석태 SC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24일 “지난해 ‘상저하고’라고 했는데 ‘하고(下高)’는 실종된 채 끝났고, 올해도 같은 전망이 이어진다”며 “나아진다고들 말하지만 내수가 해결될 기미가 안 보이는 상황에서 이대로 지지부진한 성장률만 계속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그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2% 중후반에서 최고 3%까지 나오는데, 그동안 깎인 경제성장률을 고려하면 목표를 더 올려잡고 드라이브를 걸어야 하는 것이 맞다”며 “2%대 성장률로 만족할 것이 아니라 새 정부의 강한 경기 부양 의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한은이 발표한 작년 GDP 성장률 2%는 예상치 2.4%를 하회했지만, 4분기 실질GDP의 전기 대비 성장률은 1분기 0.9%, 2분기 0.3%, 3분기 0.1%로 이어지던 하락세에서 0.4%로 소폭 반등했다.
이명활 한국금융연구원 거시ㆍ국제금융실장은 “작년 3분기와 비교해 경제성장 속도나 금융 시장이 안정돼 있고, 미국 중국 유럽 등의 경기지표가 개선되고 있다”면서도 “현 수준을 회복세라 표현하기 이르고, 앞으로도 경기 회복과 부진의 중간 수준에서 체감하기 어려울 정도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악화된 투자지표에 대한 우려도 이어졌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는 전년 대비 -1.8%, -1.5%를 기록하며 마이너스 성장했다. 홍성철 중소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GDP 성장률이 올 들어 나아지더라도 투자지표까지 좋아졌을 때 실질적인 경기 개선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아직 투자지표가 좋지 않아 본격적인 회복을 말하기엔 이르다”고 주장했다.
주요 2개국(G2)의 경제성장률과 잔존하는 유럽 리스크도 여전히 문제다. 김정식 연세대 상경대학장은 “올해 미국 경제의 회복은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고, 회복한다 해도 미미할 것이다. 유럽도 한숨 돌렸다곤 하지만 불확실성이 꾸준히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며 “환율 불확실성이 수출기업에는 악조건인 데다 내수는 특별히 좋아질 만한 계기가 없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부양책을 쓰고, 금리를 내려 가계 부채 부담을 줄여 하드랜딩(경착륙)을 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창묵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미국의 ‘재정절벽’ 문제도 본질적인 해결이 아니라 뒤로 미뤄진 것일 뿐이고, 유럽 재정위기도 소강 국면이지만 위기가 장기화되고 있다. 대체로 지금보다 더 악화되지는 않는 수준”이라며 “올해 들어 지표나 전망들이 나아지고는 있지만 ‘추가적으로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자영 기자/nointeres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