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영 골드스미스大 교수
[런던=윤정식 기자]대구 촌놈이 디자인 공부가 좋다며 무작정 떠난 영국 런던. 공부도 생활도 모두 만만치 않았다. 넉넉한 가정은 아니었기에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을 유산은 미리 받아 모두 학비로 사용했다. 모든 건 영국으로 떠나기 전 부모님과의 숙고 끝에 본인이 선택한 길이었고 결과는 ‘성공’이었다.지난 2008년 29살 때 영국 런던의 골드스미스(Goldsmiths) 대학교 디자인 학부 교수가 된 이동영(34ㆍ사진) 교수. 그의 꿈은 소박하게 시작됐다. 대구가 고향인 이 교수는 초등학생 시절부터 고등학생 때까지 줄곧 교실 내 학급 게시판을 만드는 일을 해왔다고 한다. 당시부터 디자이너의 자질이 보이기 시작했다. 예쁘고 화려하게 만드는 것보다는, 집중도가 높고 간결해 학생들이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이 이 교수의 관심사였다.
대구 오성고등학교를 졸업한 이 교수는 전시 디자인(Exhibition Design)을 전공하려고 했지만 국내에는 마땅한 학교가 없었다. 결국 지난 1999년 전 세계 디자인 수도인 영국 런던으로 향했고 버킹엄셔(Buckinghamshire) 대학에서 디자인 학부를 졸업했다.
이 교수는 한국과는 전혀 다른 디자인 교육 환경의 영국에서 끝장을 보고자 했다. 결국 석ㆍ박사를 이수한 디자인 명문 골드스미스 대학에서 올해로 6년째 강연까지 맡고있다. 런던의 명문대 교수로서 영국과 한국의 디자인 가교(架橋)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이 교수가 생각하는 한국 디자인의 수준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 이상이었다. 그는 “지난해 여수엑스포 당시 영국 교수들과 함께 한국을 찾아가 관람을 한 적이 있는데 다함께 깜짝 놀라고 돌아갔던 기억이 난다”며 “영국에 돌아와 토론하면서 모두가 공감했던 부분은 첨단 부문 디자인에서 만큼은 한국이 이미 영국을 앞섰다는 얘기였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과거에는 삼성전자나 LG전자, 현대자동차 같은 한국기업들이 한국인 교수를 통해 영국의 유명 디자인 대학에 도움을 요청하거나 산ㆍ학협력을 요청하곤 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영국인 학생들도 한국인 교수인 나를 통해 이들 기업과의 프로젝트에 연결되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자주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부족한 점도 많다는 평가다. 특히 골드스미스대학이 최고 강점을 보이고 있는 인문학을 통한 디자인적 관점에서 아직 한국은 시작 단계이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창의산업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한국은 아직 뒤처져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디자이너가 되려는 유학생들도 영국에 와서 가장 많이 헤매는 부분이 숙제를 주면 잘 따라가는데 숙제를 모호하게 줄 경우 그 안에서 방향을 잡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2007년 이후 영국경제가 하락세를 보이면서 우리에게도 기회가 왔다고 본다”면서 “이제 표면적인 디자인 발전이 아닌 정부 차원의 사회 전방에 내포된 고급 디자인 혁명이 일어날 차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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