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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단아> 밀라노서 초청받은 디자인계 이단아
서울대 융합교육성과 1호…벤처기업 CEO 양재혁씨
“공대생이라서 디자인 더 잘할수 있어
인문학적 융합으로 시너지 효과낼것”



“디자인은 디자이너가 제일 잘한다고요? 디자이너들이 보지 못하는 부족한 점이 제 눈에는 많이 보이는데요. 엔지니어의 눈으로 바라본 디자인. 이게 제가 추구하는 디자인입니다.”

디자인계에 이단아가 나왔다. 서울대 공대의 융합 교육 성과 ‘1호’ 벤처기업인 디자인 회사 ‘UMZIKIM (움직임)’의 최고경영자(CEO) 양재혁(25·사진) 씨다. 양 씨는 서울대 산업공학과 석사 과정에 있는 공학도다. 더불어 미래가 촉망되는 디자이너다.

2년 전 출범한 ‘움직임’은 오는 4월 열리는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iSaloni Milano)에 초청받았다. 신진 디자이너들의 등용문으로 불리는 ‘사텔리테(satelite)’ 부문. 움직임의 작품은 알루미늄ㆍ스테인리스 재질의 문서꽂이와 쓰레기통 등 사무용품이다.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는 매년 방문자 30만명에 거래 규모 13조원의 세계 최대 가구박람회다. 워낙 초청 기준이 까다로워 한국인 디자이너가 밀라노 가구박람회 초청을 받는 것은 2000년대 들어서도 한 해에 한두 팀, 아예 초청받지 못할 때도 많다. 정규 디자인 수업을 받지 않은 공대생이 초청을 받은 것만으로도 국내 디자인업계에서 이슈가 되고 있다.

하지만 양 씨도 한때는 이 시대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청년실업 전선에서 고민 중인 대학생이었다. 양 씨는 “매년 서울대 공대에서만 700~800명의 졸업생들이 취업 전선으로 나가지만 이들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면서 “대기업 취직을 목표로 하기도 했지만 교내 ‘통합창의디자인 연계전공 과정’을 통해 디자인 속 공학의 매력에 빠져들어 창업까지 이르렀다”고 말했다.

양 씨가 생각하는 디자인 철학은 명확하다. ‘융합’이다. 공대생이 작업실에서 뚝딱하다가 운좋게 잡은 행운이 아니었다. 그는 “디자인이란 각자 갖고 있던 생각의 가치를 물적인 가치로 만드는 작업이라고 본다”며 “이미 공대생들은 디자인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을 뿐 무언가를 계속 ‘만들고’있었고 이를 디자인적 시각에서 재해석했다”고 말했다.

그는 ‘움직임’의 디자인 방향에 대해 “스타일도 중요하지만 스토리를 입혀나가고 싶다”며 “현재까지는 공대생과 미대생들 중심으로 구성이 됐지만 향후 철학이나 역사, 미학 전공자를 비롯해 영문과와 스페인문학과 같은 특정 문화권에 대한 지식이 있는 사람들도 함께 참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인적 구성에서부터 디자인에 인문학적 융합을 추구해 이미 결합한 공학적 요소에 시너지를 내겠다는 것이다. 공대생이기에 더 디자인을 잘 할 수 있다는 양 씨. 그의 밀라노 행(行)에 한국 디자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윤정식 기자/yj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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