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크카드戰 관전포인트
은행계 카드사의 관계자는 재작년 KB국민카드의 ‘체크카드 광고’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체크카드는 신용카드보다 수익률이 떨어져 당시만 해도 변변한 광고 하나 없을 만큼 찬밥신세였다. KB국민카드는 체크카드를 주력상품으로 한 파격적인 행보로, 분사 1년 만에 체크카드 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하며 전체 카드업계 2위권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3년이 흐른 2013년, 체크카드는 카드 전쟁의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축소를 위해 체크카드 활성화를 강조하는 데다, 포화에 이른 신용카드 시장을 대체할 먹거리로 체크카드가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체크카드 시장점유율은 1위 KB국민(22%), 2위 농협(20%), 신한(16%), 우리(11%), 하나SK(10%), 외환(3%) 순이고 삼성ㆍ현대ㆍ롯데 등 비은행계 카드사는 2% 내외로 미진하다.
올해 체크카드전(戰)의 첫 번째 관전 포인트는 은행계 카드사들 중 중위그룹의 야심찬 행보다. 전체 점유율 7~8% 수준의 우리카드는 2월 은행 분사가 결정됐다. 우리카드는 “하이브리드 체크카드를 주력으로 체크카드 사업에 집중하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업계에서는 규모의 경제를 위해 우리카드가 적극적인 몸집 불리기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비슷한 규모인 하나SK카드도 차별화된 체크카드 상품을 적극 선보일 계획이다. 하나SK카드가 출시한 ‘메가캐시백 체크카드’는 통신비 최대 5000원 캐시백 등 혜택을 강화해 2년 연속 판매 1위 자리를 지켰다. 올해도 여러 종의 체크카드 신규발급을 앞두고 있다.
두 번째 관전 포인트는 상위그룹의 방어전이다. 우리카드 분사와 하나SK-외환카드 합병이라는 지각변동을 앞두고 중위그룹의 약진을 KB국민ㆍ신한ㆍ농협이 어떻게 막아낼지도 관심사다.
KB국민카드는 가맹점 할인에 역량을 집중해 선두를 굳힐 계획이다. 전국 구석구석 뻗은 지점망을 통해 체크카드 1위를 고수해오다 작년 KB국민에 선두를 뺏긴 농협도 대응책을 적극 강구하고 있다.
세 번째 관심사는 현대와 삼성, 롯데 등 비은행계 카드사의 태생적 딜레마다. 은행과 연고가 없는 비은행계 카드사는 체크카드 사업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 상품 경쟁력도 떨어지고 이윤도 적다. 그러나 은행계들의 적극적인 체크카드 마케팅이 예상되는 가운데 가만히 있기도 어렵다. 여기에 새마을금고ㆍ우체국ㆍKDB산업은행 등 신규 사업자들도 가세해 세력을 늘리는 중이다.
최근 비은행계 카드사들은 시중은행과 업무제휴를 통해 새로운 체크카드 상품을 내놓는 추세다. ‘신한은행 삼성체크카드 애니패스포인트’. ‘현대카드C 하이브리드’ 등이 대표적으로, 카드사마다 체크카드 전담팀을 꾸려 새 상품 개발에 골몰하고 있다.
체크카드가 신용카드를 완전히 대체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지만 올해의 메가트렌드로 떠오른 것은 분명하다. 주요 카드사들은 기존보다 부가서비스를 강화한 체크카드를 속속 출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체크카드를 둘러싼 카드사들의 과당경쟁을 우려하고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보다 다양한 혜택을 탑재한 체크카드를 골라잡을 수 있게 된 셈이다.
이자영 기자/nointeres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