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는 우리 아이들에게는 물론 한국사회에 많은 것을 알려줬다. 실패하면 또다시 도전하면 된다는 희망을, 미지의 세계에 대한 끝없는 탐험정신을, 과학자의 꿈을 우리 아이들에게 심어줬다.
얼마 전 나로호가 힘차게 우주로 날아올랐다. 개발사업 시작 10년 만에, 2009년 이후 두 번의 실패 끝에 거둔 쾌거다. 우리나라는 ‘스페이스(우주) 클럽’에 11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아쉬움도 남는다. 전부 다 우리 기술이 아니라는 점이 그것이다. 우주발사체의 핵심은 1단 추진체라고 하는데, 나로호는 러시아에서 제작한 수입 완제품을 사용했다. ‘반쪽짜리’ 한국 로켓이란 지적이 나오는 건 이 때문이다. 묘한 경쟁심도 발동했다. 지난해 12월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면서 우리 기술이 북한보다 뒤처진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나왔다. 북한의 ‘은하 3호’는 그들이 자체적으로 엔진까지 제작했다. 우리가 ‘홀로서기’를 하려면 아직 갈길이 멀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래도 우리는 이번 나로호의 성공적인 발사로 보이지 않는 그 무언가를 얻었다. 우주기술 자립의 발판 마련, 수많은 과학자와 민간기업이 실패와 성공을 거듭하면서 쌓은 노하우, 국격 상승 등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엄마, 여기 나로호가 있네.” 지난 주말 우리나라 첫 우주발사체인 나로호의 모형이 전시돼 있는 국립과천과학관은 어린 아이들의 재잘거림으로 가득했다. 과학관 측은 “나로호가 많은 어린이의 발길을 과학관으로 옮기게 한 것 같다”고 했다.
요즘 우리 아이들이 선호하는 직업은 공무원이나 교사라고 한다. 도전정신의 사업가는 10위권 밖으로 밀려났고, 탐험과 개척정신의 과학자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인기가 추락하고 있다. 100세 시대를 맞아 ‘안정’을 이해 못할 법도 없다. 하지만 ‘공시족(공무원 시험 준비생)’의 급증은 국가적 손실을 낳는다. 이들이 수년간 시험준비에 매달리면서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지 못한다는 경제적 이유뿐만은 아니다.
꿈을 꾸고 키워야 할 어린 아이들이, 도전해야 할 청소년들이, 실패의 아픔을 성공의 발판으로 만들어야 할 우리 젊은이들이 안정을 좇는 것은 경제적 손실 그 이상의 치명적 손실이다. 공시족들이 만든 문제일까. 아니다. 패자를 마치 죄인 취급하는 우리 현실, 1등만 살아남는 현실에서 어른들은 아이들의 도전, 창조, 탐험 정신을 희석시켰다.
이런 점에서 거대한 불기둥을 뿜으면서 우주로 날아간 나로호는 우리 아이들에게는 물론 한국사회에 많은 것을 알려줬다. 실패하면 또다시 도전하면 된다는 희망을, 미지의 세계에 대한 끝없는 탐험정신을, 과학자의 꿈을 우리 아이들에게 심어줬다. 물론 어린 아이들이 과학관 몇 번 왔다갔다고 해서 우리 과학기술이 하루아침에 비약적으로 발전할 리 없다. 또 한국이 추진하는 순수 우리 기술의 발사체가 제때 날아오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몇 번의 실패를 반복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로호가 우리 아이들에게 새로운 도전의 장(場)을 만들어 준 것은 분명하다.
‘골프 여제’ 박세리를 보면서 꿈을 키운 ‘세리키즈’는 한국 골프를 세계 정상에 올려놨다. 러시아가 만들었으면 어떤가, 북한보다 뒤졌으면 어떤가. 우리 아이들에게 도전정신을 심어줬으면 된 것 아닌가. ‘나로호키즈’는 우리 손으로 만든 우주선을 하늘로 쏘아 올릴 것이다. 어른들은 이런 아이들의 꿈을 끝까지 지켜주면 된다.
dsch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