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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금융…이장영 금융연수원장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자본주의 4.0’의 저자 아나톨 칼레스키에 의하면 세계경제는 1990년대 초부터 네가지 강력한 메가트렌드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이 가운데 금융혁명은 위기로 인해 잠시 중단됐지만, 나머지 세가지 메가트렌드, 곧 아시아의 부상과 세계화 및 안정적 성장추세는 여전히 진행 중이며 아마도 더욱 강화될 것이라 전망한다.

그렇다면 지난 20년 동안 한국경제는 이러한 추세변화에 어떻게 대응해 왔을까? 간략히 말하자면 실물부문의 글로벌화는 수출기업을 중심으로 급속히 진행돼 왔으나 금융부문은 경쟁력이 취약하고 역량이 부족해 세계화가 제공하는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2011년 터키에서 원자력발전소 건설 수주 시 한국의 충분한 기술경쟁력에도 불구하고 프로젝트금융을 확보하지 못해 국제입찰에서 1차 탈락한 것이 대표적 예이다. 플랜트 수출 뿐 아니라 한국기업이 해외기업을 인수(M&A)하는 경우에도 필요한 인수금융의 주선 업무를 외국계 금융기관에 빼앗기고 있다. 심지어 우리 정부가 발행하는 외평채의 인수업무에도 한국 금융기관들은 거의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을 동북아시아의 금융 중심지로 만들기 위한 정책적 노력도 지난 5년간 크게 후퇴했다. 각종 금융개혁조치들이 보류되면서, 한국은 금융 중심지 경쟁에서 홍콩 및 싱가포르 뿐 아니라 후발주자였던 상하이에게도 뒤쳐졌다. 계획됐던 원화의 국제화도 보류되면서 한국 자본시장은 선진국 시장에 아직 편입되지 못하고 있다. 최근 WEF(세계경제포럼)의 평가에 따르면 한국의 금융시장 성숙도는 조사대상 144개국 중 71위로 크게 낮았다.

이렇게 취약한 한국 금융의 능력으로는 경제성장과 고용창출에 긍정적인 동력을 제공하기 어렵다. 또한 금융부문이 발전하지 않으면 국민의 복지 증진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 어렵다. 고용의 85% 이상을 차지하는 중소ㆍ벤처기업에 대한 금융서비스가 지원되지 못하고 저소득층의 금융수요도 제대로 충족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한국 금융산업이 고용을 창출하면서 성장과 복지증진에 기여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규제개혁의 측면에서 선진국과의 격차를 좁혀야 한다. 자본규제 등 소위 건전성 규제는 강화하되 영업규제, 상품규제, 업무위탁규제 등은 과감히 완화해 금융기관의 다양한 상품개발과 종합적인 금융서비스 공급능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최근 금융위기로 인해 규제 강화를 요구하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으나 우리보다 앞서가던 금융선진국의 실패를 이유로 금융산업 발전노력을 멈추는 것은 지혜롭지 못하다.

두번째로 중소기업 금융과 서민금융 지원체제를 강화해야 한다. 그러나 금융산업의 활력과 혁신성을 저해하지 않으려면 가급적 가격변수에는 개입하지 않으면서 금융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감독당국은 비공식 창구지도를 지양하면서 투명성과 일관성을 높여 국내외 투자가들에게 금융업을 영위하기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세번째, 금융기관의 역량강화를 위해 전문인력이 대폭 확충돼야 한다. 국제금융과 외환, 파생상품 분야의 실무능력 배양을 위해 전문인력 양성기관의 역할을 강화하고 교육과정을 정비해야 한다. 특히 프로젝트 금융, 인수금융 등 투ㆍ융자 분야에 창의적인 인재를 양성해나가야 한다. 국적을 초월한 세계수준의 전문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이민관련 규정도 고쳐서 인력의 충원이 이뤄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경쟁력 있는 금융회사를 육성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기 위해 금융에 대한 일반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KIKO(통화파생상품)와 같이 복잡한 금융상품에 대한 설명부족으로 소비자 피해를 초래하는 사례가 없어져야 하며, 저축은행과 같이 내부통제 실패로 재무적 건전성과 함께 고객기반마저 훼손시키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그간 금융기관의 건전성 감독에 치중했던 감독당국도 인식을 바꾸어 소비자 보호기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한국 금융이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으로서 새로운 성장의 동력으로 거듭날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제2의 경제도약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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