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조동석 기자] 지난 25일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장에 낯 익은 얼굴이 등장했다. 주인공은 농촌진흥청 고령지농업연구센터의 이종남 농업연구사.
이 연구사는 “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가 국민대표로 취임식에 참석해 달라고 했어요. 박 대통령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만난 적이 있는데, 그게 인연이 된 것 같습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딸기가 해외로 진출하면서 로열티를 받을 수 있는 길을 개척한 ‘딸기박사’. 박 대통령은 지난해 3월 강원 강릉의 이 연구사를 직접 찾아 “우리나라는 주로 겨울딸기인데 이 박사께서 여름딸기 품종을 개발해 수출하게 됐다. 우리 농산물도 로열티를 받게 됐다”고 격려한 바 있다.
우리 딸기의 세계화는 이 연구사의 끈질한 노력 덕분이다. 그는 20년간 딸기 종자 개발이란 한 우물만 팠다. 그 결과 2007년 국내 첫 토종 여름딸기 품종인 ‘고하(高夏)’ 개발에 성공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딸기는 저온 농산물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여름과 가을에 딸기를 먹을 수 없어요.” 이 연구사는 여름에도 딸기를 재배할 수 있는 묘종(苗種)을 해외에서 들여오려고 했다.
그런데 값 비싼 장벽이 놓여있었다. 해당 국가에서 막대한 로열티를 요구한 것. 우리나라는 2002년 국제식물신품종보호동맹(UPOV) 가입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딸기도 품종보호권을 인정받게 돼 외국 품종에 대한 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
이 연구사는 오기가 발동해 자체 종자개발에 나섰다. ‘고하’는 수년에 걸친 연구 끝에 세상에 탄생하게 됐다. 이제 국산 여름딸기의 시장 점유율은 2005년 0%에서 2011년 20%까지 올라갔다.
고하는 국내에만 머물지 않는다. 수출 타깃 지역은 열대지방. 더운 곳에서는 딸기가 잘 자라지 못한다. 그래도 고랭지에선 가능하다. 농진청은 캄보디아 등지에서 2011년부터 고하의 적응성 시험을 실시한 결과 성공적이란 평가를 이끌어냈다.
농진청 농업연구센터는 최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2분과 국정토론회에서 박 대통령이 고부가가치 농업 정책을 강조하면서 손꼽은 곳이다. 이때 박 당선인이 희망 모델로 제시한 인물이 바로 이 연구사다.
이 연구사는 고하에 이어 2011년 국내 최초로 분홍색 꽃이 피는 관상용ㆍ식용 겸용 딸기인 ‘관하’ 품종을 개발하기도 했다. 그는 수년의 노력 끝에 관상용 겨울딸기 품종에 연중 꽃이 피는 유전자를 인공교배하는 데 성공했다. 관하는 관상용이지만 먹을 수도 있다.
그는 “외국 딸기 품종을 들여오려면 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도 이제 로열티를 받고 수출계약을 맺을 수 있게 됐다”면서 “고하의 해외 품종 출원을 계기로 우리 농업기술도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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