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총리·산업통상 등 인사청문회도 못 치러
朴정부 최대역점 복지재원 마련 머나먼 길
‘차관 대신 차관보 보내고, 짐은 꾸렸는데 풀지 못하고….’
정부조직개편안 처리가 늦어지면서 국정운영의 난맥상이 여기저기서 드러나고 있다. 주요 국제회의에 ‘대타’가 참석하는가 하면 산적한 현안을 처리해야 하는 공무원들은 일손을 놓은 지 수개월째다. 사실상 ‘식물정부’인 셈이다.
신제윤 기획재정부 1차관은 4~6일 러시아 모스크바에 있어야 했다. G20(주요 20개국) 셰르파(정상 대리인)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 주말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되면서, 장관 대행과 위원장 후보자의 ‘투잡(Two Job)족’이 된 탓에 모스크바행 비행기에 오르지 못했다. 대신 최종구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이 긴급 출국했다.
박근혜 정부 창조경제의 핵심인 미래창조과학부로 옮길 공무원들은 꾸렸던 짐을 풀지 못하고 있다. 특히 김종훈 장관 후보자가 사퇴하면서 업무 공백은 더욱 길어질 전망이다.
교육과학기술부의 한 국장급 인사는 “교과부에 옛 과학기술부 출신 공무원이 260여명이다. 대부분 미래부로 가는 것으로 안다”면서 “지난 정부가 수립한 연구개발시행계획에 따라 일을 할 수도, 새정부가 발표한 창조산업 육성 등 국정과제에 맞춰 일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하소연했다.
과기부 출신이면서도 교육 쪽 일을 하고 있는 교과부 다른 관계자는 “미래부 근무를 신청했는데, 떠나는 마당에 교육 쪽 일을 새롭게 펼치는 게 망설여진다”고 했다. 정부조직개편과 무관한 분야까지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일정조차 잡지 못했다.
경제정책 컨트롤타워의 부재는 ▷조세정의 추진력 약화 ▷복지재원 마련 지연 ▷해외발(發) 악재에 대한 대응력 약화 등 저성장의 늪에서 헤매는 한국경제를 더욱 어둡게 만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세입 확대와 조세제도 개선을 위한 조세개혁추진위원회를 발족한 데 이어 재정구조개편추진위원회 출범을 예고하면서 복지재원 마련에 발빠른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수장과 두 차관의 궐석으로 정부의 복지재원 마련책이 이달에 나올지 불투명해졌다. 이런 점을 감안해 신 차관은 5일 당부의 글을 직원들에게 보냈다. 그는 “1차관입니다. 이임인사가 아닙니다”고 글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경제부총리 임명이 지연되고 있고, 미국의 재정긴축 협상이 결렬됐고,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남의 나라는 어떻게 되든 돈을 무제한 풀겠다고 한다”면서 “국민들이 걱정하고 있다. 부총리 취임은 계속 지연되고 그나마 있던 차관 둘은 장관급으로 옮겨가니 ‘도대체 경제는 누가 챙기나’ 불안한 마음일 것이다. 저는 당분간 1차관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무조정실장에 임명된 김동연 기획재정부 2차관은 더욱 시급한 현안을 처리하기 위해 이날 재정부를 떠났다.
해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담당자들은 우리의 협상창구가 어딘지 혼란스워하고 있다. 이달 개시하기로 했던 한ㆍ중ㆍ일 FTA 협상 일정조차 잡기 어려워졌다. FTA 추진과 대책도 ‘개점휴업’ 상태다.
쪼갰다 붙였다를 반복한 정보통신업무와 관련, 지식경제부는 김종훈 후보자에게 해당 분야의 업무보고를 마친 상태였다. 하지만 김 후보자의 사퇴로 또 한 차례 보고를 해야 할 형편이다.
아울러 ▷수산업 경쟁력 제고 ▷주택시장 정상화를 위한 관계부처 협의 ▷장외파생상품 중앙청산결제소(CCP) 설립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본회의 통과 등도 정부조직개편안 처리 지연과 맞물리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조동석ㆍ신상윤 기자/dsch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