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 전문가들은 정부가 표준화된 통계만 고수하는 것이 실업률 통계의 현실성을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한다. 이는 미국 노동통계국이 공식실업률 외에 ‘노동력 불완전 활용도 지표’인 체감실업률 6가지를 개발해 매월 발표하는 것과 너무나도 다른 모습이다. 미국은 우리나라가 집계하지 않는 ‘사실상 실업자’를 정부의 공식 통계에 넣고 있는 셈이다.
정부의 ‘통계 독점’ 논란도 여기서 비롯된다. 고용 통계지표에 대한 정확한 수요 파악 없이 공식실업률만 고수하다 보니 정부의 입맛대로 통계를 주무른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캐나다 등 선진국은 정부 유관기관뿐만 아니라 국책연구소, 민간연구소 등을 상대로 통계지표 수요자 조사를 한 뒤 다양한 보조지표를 개발ㆍ공급한다. 반면 우리나라 통계청은 외부기관과의 ‘통계 소통’에 인색하다. 민간연구소가 체감도를 높인 실업률을 발표하려면 각종 통계 자원을 확보하고 있는 통계청의 눈치를 봐야 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최종후 고려대 교수(국가통계연구회장)는 “노동시장의 다변성을 고려하면 공식실업률과 체감실업률의 괴리는 지속될 것”이라면서 “정책 목표와 수요층에 따라 다양한 지표를 개발해 국가 통계의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구조적인 한계도 있다. 일종의 ‘통계 경시’ 풍조다. 선진국은 통계기관을 따로 떼 내 별도의 독립기관으로 운영하고 있다. 영국을 예로 들면,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는 재무장관 시절 국가통계청을 독립시켜 ‘국가통계위원회’로 격상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통계청이 기획재정부 산하에 있는 데다 통계청장에 대한 인사에 기재부가 개입한다. 또 통계청의 요직을 기재부 출신 국장들이 장악하면서 전문성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한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통계청이 기재부의 외청으로 남아있는 한 국가통계에 대한 집행력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다”면서 “통계생산 정책뿐만 아니라 통계행정에서 재정부의 영향력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통계청을 대통령 직속 또는 국무총리실 산하기관으로 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줄어든 통계예산과 정체된 통계인력도 문제다. 올해 통계청의 주요 사업비 예산은 1045억원으로 지난해 1058억원보다 줄었다. 국가 전체 예산이 342조원인 점을 감안하면 통계예산은 0.03%에 불과하다. 지난 2010년 0.05%(1276억원)보다 낮다. 정부부처에서 통계업무를 수행하는 인력(정규직)은 2500여명이지만 통계청을 제외하면 기관당 3~4명에 불과하다.
최종후 교수는 “지금과 같은 통계청의 위상으로는 중앙통계기관으로서 신뢰성 있는 통계를 작성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통계전문가를 ‘전문가’로 인정하는 풍토부터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진성 기자/ipe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