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새벽. 한 언론사 1면에 민주통합당이 새누리당에 ‘KBS 사장 임명시 청문회를 열면 정부조직개편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제안을 했다는 내용의 기사가 실렸다. 새로운 내용이었다. 불과 하루전까지만해도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의 관할권’이 정부조직개편안 처리의 마지막 쟁점이라는 기사가 쏟아지던 터였다. 해당 기사가 맞다면 ‘SO쟁점’은 핵심이 아닌 것이 된다.
즉시 협상팀인 우원식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에 전화를 걸었다. ‘사실이 맞나?’고 묻자 그는 “전혀 사실 무근이다. 그런 제안은 없었다. 허위 보도”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오전 9시, 상황은 뒤집어졌다.
박기춘 원내대표는 민주당 비대위회의에서 비공개 회의때 제안했던 내용 세가지를 공개했다. 이 방안 가운데엔 KBS 사장을 임명 시 청문회를 여는 방안이 포함됐다. 해당 보도가 맞았던 것이다. 새누리당에 양보할 것은 ‘SO 관할권’. 원내수석부대표와 원내대표의 말이 불과 두시간여 사이를 두고 180도 달라진 것이다. 이날 ‘쇼’의 정점은 한시간 뒤 우 원내수석부대표의 기자회견이었다.
우 원내수석부대표는 오전 10시 ‘긴급기자회견’을 자청했다. 격한 단어들이 튀어나왔다. ‘명백한 오보’, ‘허위날조’, ‘언론중재위 제소’, ‘형사적 조치’ 등이다. 어리둥절했다. 우 원내수석부대표는 정부조직개편안 협상과 관련, 초기부터 지금까지 거의 모든 협상에 참여했고 각종 언론 인터뷰와 토론, 기자들의 질의, 정론관 브리핑을 도맡은 민주당의 ‘협상 창끝’이었다.
그랬던 우 원내수석부대표가 돌연 ‘왕따’가 된 것이다. ‘긴급기자회견’ 직후 기자들이 물었다. ‘박 원내대표가 해당 내용을 제안했다’고 하자 그는 ‘처음 듣는 내용이다. 확인해보겠다’고 했다.
들리는 후문에 따르면 우 원내수석부대표는 문방위원들을 만나 ‘SO는 내가 책임진다’고 호언지만 결국 허언이 됐다. 문방위원들의 거센 항의 가 우 원내수석부대표에게 쏟아졌다는 얘기도 들린다. 박기춘 원내대표의 질타도 있은 것으로 알려진다.
전쟁 치르는데 손발 안 맞으면 ‘전사’하기 십상이다.
홍석희기자 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