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의 설립과 운영 방안을 담은 ‘협동조합기본법’이 발효된지 100일 만에 600개가 넘는 협동조합이 꾸려졌다. 다만 협동조합이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경제조직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시행착오를 겪는 경우도 많다.
10일 기획재정부가 지방자치단체와 정부부처로부터 협동조합 신청ㆍ처리현황을 집계한 결과 일반 협동조합 신청이 605건 접수됐다. 신청만 하면 설립할 수 있는 일반 협동조합과 달라 주무관청의 인가를 받아야 하는 사회적 협동조합은 40건이 신청돼 이중 7건만 승인됐다.
여기에 협동조합의 연합체인 일반협동조합연합회 2건을 포함하면 지난해 12월1일 이후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지 100일 만에 647개(신청기준)의 협동조합이 만들어졌다.
올 들어 설립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기본법 시행 첫달인 지난해 12월 신청건수는 136건이었지만 지난 1월 224건, 2월 248건으로 점차 늘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 한해만 2300여개의 협동조합이 결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별로 일반 협동조합 신고현황을 보면 서울이 174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광주(95건), 경기(68건), 부산(50건), 전북(33건), 전남(28건), 경북(25건), 강원ㆍ대전(각 21건) 등의 순이다.
내용도 다양하다. 자전거 부품판매자들이 국산 자전거브랜드 개발을 위해 모인 ‘서울자전거협동조합’, 구두 장인들이 힘을 합친 ‘서울성수수제화생산협동조합’, 영어강사와 소비자들이 만난 ‘잉쿱 영어교육협동조합’ 등이 있다.
부산의 ‘골목가게협동조합’, 강원의 ‘정선아리랑시장협동조합’ 등 소상공인이 뭉친 경우도 있고, 편의점 가맹점주들이 ‘전국편의점사업자협동조합’을 결성해 편의점 본사에 불합리한 처우 개선을 요구하기도 했다.
청소ㆍ경비일을 보는 이들이 모인 ‘한국고령근로자협동조합’, 폐지를 주워 생계를 유지하는 저소득층 주민이 설립한 ‘마중물협동조합’, 결혼이주여성이 주축이 된 ‘다문화협동조합’ 등 소외계층들도 협동조합을 통해 자활을 꿈꾸고 있다.
협동조합이 양적으로 많은 성장을 이뤘지만 질적인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조합원 교육이 대표적이다. 협동조합이 제대로 운영되려면 조합원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절하는 게 필요한데, 그 핵심수단이 교육이다. 또 ‘1인 1표’란 민주적 운영원리로 공동의 이해를 도모하는 협동조합이 시장경쟁체제에 익숙한 우리나라 사회에서는 아직 낯설어 이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
조합원에게 이윤을 돌려야 하는 효과적인 비즈니스모델을 수립해 지속가능한 경영기반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김기태 한국협동조합연구소장은 “협동조합은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지 않으면 안 되는 사업”이라면서 “전문적인 컨설팅을 받거나 소상공인진흥원과 같은 기관의 지원을 받아야한다”고 충고했다.
조동석 기자/dsch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