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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지하경제 규모 얼마나 될까...
[헤럴드경제=조동석 기자]지하경제는 은닉된 경제활동이다. 때문에 실체나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기준이나 추정방식에 따라 서로 다른 지하경제 규모가 나온다. ‘증가하고 있다’와 ‘줄어들고 있다’는 연구 과가 공존한다. 때문에 어떤 방식이 우수한지도 입증할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하경제를 지상으로 끌어올리면 세원 확보에 도움이 된다는 점이다. 또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라는 조세정의 확립 차원에서 지하경제 규모 파악은 매우 중요한 정책과제가 되고 있다.

▶규모는 다르지만, 韓 지하경제 높은 수준= 스트리아의 프리드리히 슈나이더 교수는 우리나라 지하경제 규모가 1998년 국내총생산(GDP)의 25.8%에서 2007년 29.0%로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슈나이더 교수의 연구에 대해 국내 조세전문가들은 신용카드와 현금영수증 활성화 정책 등 우리 정부의 투명성 제고 정책을 반영하는 데 한계를 보인 연구결과라고 보고 있다. 국제 비교를 위해 모든 국가에서 얻을 수 있는 자료를 사용했기 때문에 특정 국가의 변화한 환경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조세연구원은 같은 기간 우리나라 지하경제 규모가 GDP의 22.1%에서 18.2%로 감소했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2008년에는 17.1%로 더 떨어졌다.

가장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이 조세회피를 위한 현금통화량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지하경제 규모는 GDP의 약 23%인 290조원 정도로 추정했다. 조세연구원의 분석과 차이가 난다.

현대경연의 자체 추정에 따르면 우리나라 지하경제 규모는 1998년 GDP 대비 25.3%에서 2003년 24.5%로 완만한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다.

분석 대상이나 방식에 따라 조사결과는 차이가 나더라도 우리나라 지하경제 규모는 선진국보다 높은 게 사실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지하경제 규모는 1999년 GDP 대비 14.2%에서 2007년 13.0%, 세계경제 전체로는 같은 기간 17.9%에서 16.1%로, 개발도상국의 경우 29.6%에서 26.2%로 하락했다. 설령 우리나라 지하경제 비중이 감소세를 보인다 하더라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고개숙인 지하경제,고개 든 지하경제= 1994년 금융실명제 도입과 1997년 외환위기, 1999년 IT 붐은 지하경제를 축소하는 결과를 불러왔다. 금융실명제로 지하자금이 일부 지상으로 올라온데다 외환위기로 인한 투자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주가상승기 지하자금이 주식시장에 대거 유입됐다.

그러나 다각적인 경기부양책이 시도된 2000년대 초 지하경제는 다시 고개를 들게 된다. 당시 정부는 조세체계를 단순화시켰다. 조세당국은 경제주체의 세(稅)부담을 쉽게 포착할 수 있는 반면 세금을 피하려는 인간의 본능은 정부의 능력을 압도했다.

또 내수 진작을 위한 금리인하는 실질 이자율 감소를 불러오면서 지하자금이 제도권으로 흘러가는 길목을 차단했다. 신용카드 남발은 신용불량자 양산으로 사채시장이 활개치는 결과를 낳았다.

아울러 ▷높은 자영업자 비율 ▷가파른 국민부담률(GDP 대비 조세와 사회보장기여금 비율) ▷선진국 대비 높은 부패수준 ▷노동시장 규제 회피를 위한 불법 고용 등도 지하경체를 줄이지 못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국세청이 2005년 12월 이후 10차례 고소득 자영업자를 조사한 결과, 조사대상자의 소득탈루율이 평균 48%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사우나, 단란주점, 여관 등 일부 업종의 소득탈루율은 85%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조세연구원이 2010년 발표한 우리나라 자영업자 가구의 소득탈루율은 2008년 기준 24.3%나 된다.

한국의 국민부담률은 2000년 22.6%에 불과했다. 2011년 이 비율은 25.9%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조세 회피압력이 커진 셈이다.

▶지하경제 양성화 왜?= 경제위기 극복 과정에서 우리나라는 재정확장 정책을 펼쳤다. 최근에는 봇물처럼 터져나오는 복지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재정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졌다.

결국 세출을 줄이고 세입을 늘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증세에는 저항이 따르기 마련. 역대 정부는 세원 확보를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펼쳤지만, 정부가 파헤칠수록 지하경제의 골은 더 깊어졌다.

지하경제가 일부러 숨은 게 아니다는 분석도 나온다. 파는 쪽과 사는 쪽, 둘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으니 사라질 까닭이 없다는 논리다.

그래도 국가경제 차원에서 볼 때 지하경제는 비효율을 불러오기에 반드시 양성화해야 한다. 우선 지하경제는 부가가치 창출을 저해한다. 한정된 자원이 불법이나 편법에 사용된다는 설명으로, 성장률 저하를 불러온다는 설명이다.

지하경제 규모가 커지면, 세원 축소에 따른 세수 감소와 재정적자 확대로 이어진다. 이런 적자보전을 위한 증세는 다시 지하경제 확대라는 악순환을 가져온다.

제도권 경제의 비효율도 불러온다. 공식경제에서 일하는 취업자 수를 감소시키는가 하면 불법 사금융 시장은 금융시장의 성장을 가로막아 기업의 자금순환을 왜곡하기도 한다.

김민정 현대경연 연구위원은 “조세저항과 서민경제에 미칠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하경제 양성화를 왜 하는지, 어떤 부분을 타깃으로 할 것인지를 먼저 정한 뒤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지적이다.

dsch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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