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가 꽃을 피우려면 무엇보다 창조적 도전에 대한 보상이 달콤해야 한다. 수많은 미국의 젊은이들이 벤처에 뛰어드는 것은 창조적 도전의 성과를 공정하게 거래하는 인수합병(M&A) 시장이 있기 때문이다.
2012년 불과 직원 13명의 인스타그램을 페이스북이 10억달러에 인수한 사례를 보라. 젊은이들은 이런 보상에 열광하고 몰려들게 된다. 혁신이 촉진되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돈을 주고 사람을 빼간다. 혁신의 매력이 사라져버린다. 불공정한 영업비밀 침해를 규제해야 하는 이유다.
창조경제는 다양한 혁신이 거대한 시장플랫폼 위에서 꽃피는 ‘초(超)협력 경제구조’를 의미한다. 혁신을 담당하는 중소ㆍ벤처기업과 시장을 담당하는 대기업이 협력해야만 ‘효율과 혁신은 단일기업이 달성하기 어렵다’는 창조경제의 역설을 극복할 수 있다.
그런데 효율과 혁신의 협력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가 공정한 거래다. 바로 정부의 역할이다. 효율ㆍ혁신ㆍ공정이 창조경제의 3 요소인 것이다.
효율을 가진 대기업과 혁신을 보유한 중소ㆍ벤처의 협상력은 균형을 이루기 어렵다. 자금과 시장을 가진 대기업이 중소ㆍ벤처에 비해 협상력이 우위에 있다는 건 삼척동자도 안다. 대기업이 단기적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게 되면 생태계는 건강성을 잃게 돼 장기적인 국가발전이 저해된다. 장기적 관점에서 산업생태계의 건강한 발전을 위한 공정거래가 경제민주화의 핵심이 된다.
이익공유제와 같은 결과적 평등의 지향으로 경제민주화가 오도돼서도 안된다. 혁신과 효율의 선순환을 위한 공정한 법적 원칙 준수가 경제민주화의 시작이다. 경제민주화는 혁신과 시장효율의 공정거래로 국부의 창출과 분배가 선순환되는 구조가 될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를 가진다.
이러한 대ㆍ중소기업 공정거래 문제를 단가인하, 구두발주 등 개별 현상적 측면의 접근은 생태계의 건강성을 본원적으로 개선시키지 못한다. 대기업이 피해갈 수 있는 대안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본원적 해결방안은 ▷신고의 활성화 ▷협상력의 균형에 있다.
우선 신고 활성화는 공정거래를 발전시키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중소기업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행위를 제소하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신속하게 처리하면 문제는 언젠가 개선되나, 대기업의 보복이 이를 가로 막고 있다. 물론 하도급법은 보복할 경우 양벌제처벌을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형사처벌을 받은 사례가 거의 없다.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또다른 보복의 이유가 된다.
불공정거래의 무기명 신고제, 협단체의 신고 대행제, 보복입증책임 전환제도, 기각사유 공개 나아가서 독점고발권 부분폐지 등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중소ㆍ벤처와 대기업의 협상력은 각각 기술혁신과 시장역량이다. 그런데 기술을 탈취당하면 중소ㆍ벤처의 협상력은 사라진다. 기술탈취 방지를 위해 2010년 기업호민관실(중소기업옴부즈만)에서 입증책임 전환, 징벌적 배상제 등 많은 제도 개선이 제안됐으나 아직도 현장에서 인식이 부족하다. 당시 전경련이 약속한 비밀유지 약정의 자율준수는 매우 미흡하다. 기존 제도를 잘 시행하는 것이 시급한 이유다.
정책당국이 경계해야 할 것은, 대기업이 중소ㆍ벤처를 도와준다는 상생펀드 출연 등으로 불공정거래의 면죄부를 주는 정책이다. 공정거래 법질서 확립은 건강한 산업생태계 조성을 위한 창조경제 경제민주화 정책의 최우선이 돼야만 한다.
<카이스트 초빙교수,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 한국디지털병원 수출사업협동조합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