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상 ‘사설 탐정’업무는 모두 불법이다. 신용정보법엔 ‘정보원, 탐정 및 그밖의 이와 비슷한 명칭을 사용하는 일’은 모두 불법이라 칭하고 있다. 그럼에도 심부름센터가 성업중인 것은 현실적 필요성 때문이다. 배우자의 불륜현장을 덮치거나, 미아를 찾는 일, 실종 애완동물을 찾고 사라진 채무자를 찾는일 등은 개인이 담당하기엔 난감한 일들이다. 심부름센터 직원들이 ‘불법과 합법’의 경계에 서 있는 것도, 이같은 현실적 필요성과 법의 엄격성 때문이기도 하다.
▲‘흥신소’의 진화= 정보화 기술의 발전에 따라 심부름 센터로 통칭되는 탐정 역할의 범위는 점점 확장되는 추세다. 최근 경찰이 적발한 불법 심부름 센터 운용 실태 가운데엔 기상천외한 방법들도 있었다. 개인 정보를 통째로 빼내 의뢰인에게 전달한 사례였는데 예를들어 심부름센터에 이름만 알려주면 주민번호 앞자리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아내고, 주민번호 조합 프로그램으로 뒷자리까지 알아내는 것이다. 그 다음 특정 사이트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아내고, 가입시 등록한 모든 개인의 정보가 심부름센터에 고스란히 들어가는 식이다.
심부름센터와 ‘해킹’과의 만남도 심부름센터의 진화로 평가될 만하다. 스마트폰의 보안 취약성을 이용해 특정인이 주고받은 메시지를 통째로 훔쳐내거나, 스마트폰에 저장돼 있는 사진과 연락처까지 훔쳐 의뢰인에게 전달해주는 방식이다. 이들이 사용하는 해킹툴은 간단한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쉽게 내려받을 수 있다는 점은 우려를 배가시킨다.
과거 바람난 남편을 찾아 현장을 급습하거나, 돈을 떼먹고 달아난 사람의 소재 파악을 위해 심부름 센터를 찾던 것과는 차원이 달라진 것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심부름센터들이 인터넷에 광고 홈페이지를 만들어 영업을 하고 있다”며 “개인 정보를 알려달라고 의뢰하는 것만으로도 처벌된다”고 말했다.
▲결국은 밥그릇 싸움= 이번 국회에서 ‘탐정 양성화’ 법안이 처리될지 여부를 장담키는 어렵다. 기관의 주도권 싸움과 견제 세력 등 셈법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탐정 합법화’방안은 지난 18대 때에도 제출됐었다. 그러나 법무부와 경찰의 관할권 다툼 때문에 무산됐다. 실제로 19대 국회에도 같은 내용 다른 명칭의 법안 두개가 상정돼 있다. 윤재옥 의원은 지난해 11월 ‘경비업법 전부개정법률안’을 제출한 바 있다. 송영근 의원이 제출한 ‘민간조사업에 관한 법률’은 이에 대한 대응 차원이다.
윤재옥 의원 안은 관할권을 경찰에게, 송영근 의원 안은 법무부가 관할권을 명시하고 있다. 지난 18대 때도 양상은 같았다. ‘경찰청안’을 담은 이인기 의원의 입법안과 강성천 의원의 ‘법무부안’이 대립했던 것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양측이 낸 안을 조정하는 과정이 지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변협은 ‘탐정 합법화’ 자체에 반대하고 있다. 표면적인 반대 이유는 “일반 민간업자에게 국가 공권력에 준하는 권한을 부여하겠다는 것은 지극히 위험한 발상”이지만, 속내는 직역 이기주의 아니냐는 지적도 적지 않다. 변호사는 현재 법률상으로도 ‘탐정 역할’을 할 수 있다.
홍석희기자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