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이 터졌다’
대선 후 4개월이 다돼도록 발표조차 이뤄지지 못했던 민주통합당의 대선평가 보고서가 발표되면서 오는 5월 4일 열릴 민주당 전당대회의 ‘태풍의 핵’으로 급부상 했다. 대선 패배 책임론에 밀려 숨죽여왔던 ‘친노’ 진영이 평가 보고서 내용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무난할 것 같았던 당대표 선거 판세가 요동칠 전망이다.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에 대해서는 정계은퇴 등 거취표명을 촉구했다.
민주당 대선평가위원회는 9일 오전 발표 ‘대선 패배 원인과 민주당의 진로’라는 보고서에서 문재인 전 대선후보의 결단력 부재, ‘친노 9인방’이 임명직을 포기하지 않는 등의 문제 때문에 대선에서 패배했다고 지적했다. 또 이해찬-박지원-문재인 담합론이 민주당 계파 갈등을 촉발시켰고, 방만한 선대위가 꾸려졌음에도 컨트롤 타워가 없었던 문제점으로 지목됐다.
평가위는 486 정치인들도 책임자 범주에 포함시켰다. 평가위는 ‘486’ 정치인들은 처음 표방했던 목표나 가치로부터 멀리 떨어졌고, 국민적 신뢰 하락의 원인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투표시간 연장 캠페인과 관련해선 현실적으로 새누리당이 동의해야 했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이 낮았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평가위는 ▲사전 준비와 전략 미흡 ▲당대표의 리더십 부재 ▲계파정치 등을 패배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평가위는 ‘정치적 책임윤리 실천의 길’이라는 소제에서 사실상 문 전 후보의 의원직 사퇴 또는 정계 은퇴를 간접적으로 요구했다. 평가위는 ‘정치적 책임은 타율적으로 강요되기보다 자율적으로 수행돼야 한다’고 기술했다.
그동안 대선 패배 책임과 관련, 평가위는 어느선까지를 ‘책임자’로 지목할지를 두고 고심을 해왔다. 당초 지난달 31일 발표예정이었던 보고서 발표가 지연된 것도 책임자 범위를 어디까지로 할 것이냐에 대한 내부 논란이 거듭됐기 때문으로 전해진다.
이날 보고서가 발표에 따른 파문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당장 보고서 내용에 반발하는 ‘친노’ 결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친노 핵심 관계자는 “보고서의 수위가 당초 예상보다 높다”고 지적했다. 문 전 후보가 그것도 실명이 ‘책임자’에 포함된 것에 대한 반발로 풀이된다. 또다른 ‘친노’ 의원은 “문 전 후보는 민주당이 영입한 사례다. 책임론자로 명기하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동안 민주당 안팎에선 대선평가 보고서 발표가 민주당 계파 갈등의 또다른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지난 대선을 주도했던 ‘친노·주류’의 잘못으로 대선에서 배패했다는 식으로 보고서에 기술될 경우 친노 측 인사들의 반발이 불거지고 향후 당대표 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이같은 반발은 친노 인사들이 특정 후보를 조직적으로 지지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질 전망이다. 신계륜, 이용섭, 강기정 의원이 후보군으로 거론되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비서실장이었던 신 의원이 친노 진영과 가깝다는 평가가 많다.
홍석희기자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