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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버스토리] 유시민 면바지 · 강기갑 농군패션…정치인에겐 아이템도 계산된 연출
지난달 24일 진선미 민주통합당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독특한 ‘공항패션’ 사진을 공개했다. 활동적인 재킷에 짙은 선글라스 그리고 위장용인 듯 스카프로 매고 군용 전투화까지 신은 채 공항을 찾은 모습이었다. 점잖은 국회의원 신분에 평소 진 의원의 공항 패션이 이렇지는 않을 터. 분명 정치적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정치 중립 위반 혐의로 고소ㆍ고발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출국을 막기 위해서다. 이날 공항에는 보좌진을 비롯해 참여연대 회원들도 대동했는데, 국정원이 지난 대선 당시 대북심리단을 운영하며 인터넷 여론 조작에 나섰다는 의혹을 받는 가운데 원 전 원장이 이를 피해 출국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한 이색적인 ‘퍼포먼스’였다.

이처럼 정치인들에게 이색 패션은 종종 정치적 의사의 또 다른 표현방식으로 활용된다.

최근 정계은퇴를 선언한 유시민 전 진보정의당 대표는 역시 패션으로 정치를 한 인물 중 하나다.

유 전 대표는 2003년 4월 당시 개혁국민정당 소속으로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뒤, 당선자 선서를 위한 첫 국회 본회의장에 흰색 면바지와 티셔츠를 입고 등장했다. 당시 한나라당 의원들이 ‘기겁’을 했고 끝내 유 전 대표의 당선자 선서는 무산됐다. 이튿날 정장 차림으로 다시 단상에 오른 유 전 대표는 “평상복을 입었던 이유는 튀려고 해서도, 국회를 모독하기 위한 것도 아니었다”며 “국회는 제 일터가 됐고, 전 일하기 편한 옷을 입고 싶은 것 뿐이었다”고 항변했다. 더 나아가 “차이를 인정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의정활동을 하되 불관용과 독선엔 단호하게 맞서 싸우겠다”고 했다. 패션을 잘 활용한 덕분에 첫 등원에서부터 ‘투사’ ‘이단아’ 이미지를 굳혔다.

 
진선미 의원이 트위터에 올린 독특한 ‘공항패션’.

이색 패션의 정치인이라면 강기갑 전 통합진보당 대표도 빼놓을 수 없다. 경남 사천 출신으로 ‘농민대표’임을 내세워 의정생활 내내 두루마기 한복에 흰 고무신 차림으로 지냈다. 2011년 10월엔 정부의 농촌 대책을 추궁하며 밀짚모자에 푸른색 조끼 차림인 ‘농군 패션’으로 등원하기도 했다.

유 전 대표부터 10년 초선의원이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19대 국회에서 패션은 이제 탈권위, 개성을 표현하는 주요 수단이 됐다. 민주통합당 청년비례대표로 국회에 첫발을 내딛은 장하나 의원은 청바지와 티셔츠가 사실상 근무복이다. 유시민에 ‘기겁’했던 중진의원들도 이젠 “청년의원이니 괜찮다”고 두둔할 정도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통상 ‘노타이’ 차림이고, 이언주 민주통합당 대변인도 원내 브리핑 일정만 아니라면 ‘청바지’로 경기 광명 지역구를 누비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웅기 기자/kgu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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