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의 ‘문희상 체제’가 오는 4일로 막을 내린다. ‘잘했다’ ‘못했다’ 말들도 많다. 언론들도 ‘명과 암’ 시리즈를 쏟아낸다. 그러나 하나 분명한 것은 비상(非常)한 상황에서 출범했던 문희상 체제에 ‘비상하다’는 느낌과 ‘긴장감’이 없었다는 점이다. 10%대 당지지율을 ‘현실’로 수긍하는 분위기에서 당은 변화의 동력을 상실한다. “(당 지지율이) 바닥이네요. 더 떨어지기야 하겠습니까”라는 한 의원의 말에 뒷맛이 쓰다. 바닥 아래엔 지하실도 있다.
사실 민주당 비대위에 ‘비상 상황’이라는 느낌이 없었던 것은 어쩌면 필연이다. 지난 1년을 돌아봤을 때 민주당은 꼭 절반인 6개월을 비대위 체제로 지냈다. 지난해 4월 총선 패배 이후 한명숙 대표가 사퇴했고, 지난해 11월엔 이해찬 대표가 사퇴했다. 대표가 사퇴할 때마다 비대위가 들어섰다. 비대위의 상설화다. 상설화된 비대위에 긴장감 상실은 당연할 수밖에.
민주당의 위기상황은 대선 패배에만 있지 않았다. 지난 4·24 재보선에서 12곳 모두에서 전패했다. 서울 노원병에 공천을 하지 않음으로써 ‘안철수 구애’를 했지만 저쪽 반응은 신통치 않다. 반면 ‘불임정당’의 오명은 계속됐다. ‘새 정치’ 아이콘 안철수의 국회 등원은 비대위를 더 곤혹스럽게 했다. ‘친노’ 의원들은 안철수를 극복의 대상으로, ‘비주류’ 의원들은 안철수를 경쟁 상대로 읽는다.
사실 임기 5개월짜리 비대위원장이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문 위원장이 강하게 추진한 ‘회초리 투어’와 ‘24시 민원센터’ ‘속풀이 투어’는 출입기자들마저 잘 모르는 그들만의 잔치로 끝났다. 대선 패배 책임 수준을 점수화한 기상천외한 대선평가보고서는 계파 갈등을 부추겼고, ‘기초의원 무공천’ 대선 공약은 당 내 현실론에 밀려 말 그대로 ‘식언’해버렸다. 그나마 진보정당에 끌려갔던 당헌강령을 중도로 옮겨 놓은 것은 의미 있게 평가된다.
문 위원장은 자신이 ‘포청천’이라 불리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겉은 관우, 속은 조조’라는 평가보단 무서운 외모에 따뜻한 가슴을 가진 ‘판관 포청천’에 더 호감을 갖는다는 얘기다. 포청천은 잘못한 이가 있을 때 ‘작두를 대령하라’고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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