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조동석 기자]원화가치 상승속도가 가파르다. 이런 가운데 엔저의 장기화 가능성은 더 큰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세계경기 침체로 주춤하는 수출 한국호가 엎친데 덮친격의 위기에 빠져들었다.
9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5원 내린 1083.0원에 개장됐다. 1개월 전과 비교할 때 하락 폭은 5%에 가깝다. 원화 가치의 최근 상승률은 30개 주요 선진ㆍ신흥국 통화 중 가장 높다. 변동폭도 크다.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모습이다.
외환당국은 전날 “최근의 외국인 채권자금 흐름과 환율 움직임에 대해 경계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말과 같은 시장 내 쏠림 현상의 재발 가능성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구두개입에 나섰다.
이날은 긴급회의를 가졌다. 외환당국의 ‘외환규제 3종 세트’ 강화 움직임이 감지된다. 3종 세트는 은행의 자기자본 대비 선물환 보유액 비율인 선물환 포지션 한도 축소,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외환건전성 부담금 요율 인상이다.
원/달러 환율은 외환당국의 개입과 규제, 통화정책으로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다. 문제는 엔저다. 그것도 장기화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원화가치 상승과 금리 차익을 노린 ‘핫머니(단기 투기성 자금)’가 유입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하지만 엔저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문한다.
한국의 대외의존도는 매우 높다. 단기적으로 우리 수출은 해외수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환율효과는 장기간에 걸쳐 나타난다. 박해식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업과 금융기관이 대응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규제와 통화정책의 조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엔저 현상은 이번 뿐만은 아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에도 엔화 가치는 하락했다. 그때는 세계경제가 좋았다. 하지만 지금은 저성장 시대다. 엔저의 장기화와 글로벌 저성장, 높은 한국의 대외의존도가 맞물리면서 ‘원고(元高) 쇼크’는 더욱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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