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의 차는
국회의원 선호도 1위 카니발 승합차버스전용차로 이용가능…이동성 탁월
차내 휴식 쉽고 친서민적 이미지까지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때 에쿠스 리무진 이용
충격흡수 방탄기능 최고수준 안전성 갖춰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는 자동차의 특성은 정치인이라고 다르지 않다.
국가원수이자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을 만의 하나라도 있을지 모를 테러와 위협으로부터 보호해야 하는 만큼, 승차감은 물론 최첨단의 기술력과 최고 수준의 안전성을 갖추고 있다. 반면 지역구 챙기랴, 입법활동하랴 바쁜 국회의원들은 점차 대형 세단보다 버스전용차로를 이용할 수 있는 미니밴을 선호했다. 여전히 권위가 중요한 대통령과 탈권위로 유권자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국회의원들의 정치적 입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취임식에서 국산 방탄차량을 이용했다. 박 대통령이 취임식 때 이용한 차량은 현대차에서 생산한 에쿠스 리무진이었다.
대통령이 타는 차량은 경호와 직결되는 만큼 생산업체나 경호당국 모두 구체적인 제원이나 성능에 대해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박 대통령이 탄 차량은 현대차가 지난해 러시아에서 선보였던 에쿠스 방탄차의 성능을 보완한 것으로, 벤츠나 BMW의 방탄차의 성능과 비슷한 세계 최고 수준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에쿠스의 방탄등급인 ‘VR7’은 일반적인 권총 탄환은 물론 M16A2나 M60과 같은 자동소총, 기관총의 공격에도 안전하다. 유리 두께는 65~75㎜이며, 차량 바닥과 내장재는 고강도 강판 및 특수소재의 혼합으로 마무리돼 고성능 폭약 15㎏이 바로 옆에서 터져도 거뜬히 막아낼 수 있다. 전체 무게는 5t가량으로 일반차의 2~3배에 달하며, 무거운 차체를 견디기 위해 특수 충격흡수장치를 사용했다. 가격은 일반 에쿠스의 20배 이상인 20억원을 훌쩍 넘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식 당일 에쿠스 방탄차를 타고 카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헤럴드경제DB] |
역대 대통령들도 최고급 의전차량을 사용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이 기증한 GM의 캐딜락 플리트우드62 세단을 이용했으며, 박정희 전 대통령은 캐딜락 플리트우드68과 캐딜락 플리트우드75를 선호했다. 전두환ㆍ노태우ㆍ김영삼 전 대통령은 링컨 컨티넨탈 리무진, 김대중 전 대통령은 벤츠 S600 리무진, 노무현 전 대통령은 BMW 시큐리티 760Li을 사용했으며, 이명박 전 대통령은 취임식 때 캐딜락 드빌 리무진을 이용했다.
반면 국회의원들이 가장 많이 즐겨찾는 ‘애마’는 카니발 승합차다. 과거 검은색 대형 세단으로 대표됐던 ‘의원님 차’도 시대 변화에 따라 다변화한 모습이다.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5월 현재 기준 등록된 19대 국회의원 차량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차종은 기아차 카니발로 총 84명(28%)이 선택했다. 고속도로 버스전용차선을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지방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을 중심으로 승합차를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장거리 이동 시 차량 내부에서 휴식도 용이할 뿐더러, 고급 세단과는 다른 ‘친서민’적 이미지도 한몫을 했다. 이 같은 이유로 18대 국회까지도 볼 수 없었던 현대차 스타렉스(4명, 1.3%), 쌍용차 로디우스(1명, 0.3%)를 선택하는 의원들도 있었다.
그 뒤를 잇는 건 역시 ‘정형화’된 이미지를 갖춘 에쿠스(54명, 18%)다. 18대 국회만 하더라도 3명 중 1명이 찾을 정도로 위상이 높았지만, 지금은 그 아성이 흔들린 듯한 모습이다. 현대차 제네시스(43명, 14.3%), 그랜저(35명, 11.7%), 기아차 K-9(18명, 6%), 쌍용차 체어맨(12명, 4%) 등의 다른 대형 세단도 인기순위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중형 이하의 차량 목록도 눈에 띈다. 기아차 K-5(2명)를 비롯해 K-3, i30, GM 토스카 등도 각각 1명의 의원들로부터 선택을 받았고, 기아차 소렌토(3명)와 모하비(2명), 현대차 산타페(2명), 투싼(1명) 등의 SUV를 선호하는 의원들도 있었다. 이들 ‘튀는(?)’ 차량은 대다수가 청년의원들의 선택을 받았다.
신대원ㆍ백웅기 기자/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