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주말 이틀간에 걸쳐 동해안에서 기습적으로 미사일을 발사했다.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유도탄 발사체 4발을 동해 쪽으로 쏜 것이다. 미국 본토나 오키나와 기지를 겨냥할 수 있는 중장거리 미사일보다 덜 위협적이지만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한다는 비난을 피하기는 어렵다. 더욱이 개성공단 재가동을 위한 남북대화 제의가 이뤄지는 상황에서의 무력시위라는 점에서도 저의가 매우 의심스럽다.
이번 미사일 발사는 최근 한ㆍ미 양국이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방향을 잡아가고 있는 한반도 긴장완화 추진 분위기에도 찬물을 끼얹는 무책임한 행위다. 핵실험을 제외하고도 올 들어 지난 2월과 3월에 이어 벌써 세 번째로 단거리 미사일이 발사됐다. 북한이 무수단 미사일을 동해안에서 철수시킴으로써 일단 누그러졌던 군사적 긴장상태가 재연될 소지도 다분하다. 그 모든 책임이 북한에 있음은 물론이다.
미국 정부에 대해 지원 협상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미사일 발사가 시도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후원국인 중국으로부터도 궁지에 몰리는 입장에서 스스로 계산 착오를 일으켰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어떤 경우라 하더라도 번지수를 잘못 잡기는 마찬가지다. 처지가 어려울수록 도발을 자제하고 대화의 마당에 적극 나서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북한이 언제나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줄는지 국제사회가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번 미사일 도발은 개성공단 재가동을 위한 우리 정부의 대화 제의에 대해서도 우회적인 답변의 성격을 지닌다. 대화 제의의 본뜻을 폄훼하고 사실관계를 교묘히 왜곡하는 처사와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은 개성공단의 완제품 반출과 기업인 방북허용 의사를 표명했다고 하지만 그 진정성을 인정받기는 어렵다. 이미 모든 대화채널이 끊기고 사실상 협의가 불가능한 시점에서 공단의 가동중단 책임을 우리 측에 돌리려는 얄팍한 심산일 뿐이다.
더 나아가 개성공단 입주업체에 연거푸 팩스를 보내 우리 정부가 여론을 오도한다며 갈등을 부추기는 처사는 용납할 수 없다. 공단 입주업체들이 북한의 일방적인 통신ㆍ통행 차단으로 마지못해 짐을 싸들고 줄줄이 철수하는 장면을 전 세계가 지켜본 마당이다. 북한이 진정으로 공단 정상화를 원한다면 근거없는 비난을 중단하고 당장이라도 당국 간 협의에 나서야 할 것이다. 간헐적인 미사일 도발도 대화 진전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