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백웅기 기자] 남양유업 사태로 부각된 불공정 ‘갑을관계’ 문제를 해결하려는 국회 입법 움직임이 한창이다. 그런데 의원실간에 법안 베끼기와 새치기 발의를 통해 이슈 선점 경쟁이 드러나며 ‘실적’에만 눈먼 구태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21일 이종걸 민주당 의원은 대리점 거래 불공정 거래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대리점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법률 제정안은 특정 기업의 상품만을 취급하는 대리점 거래의 특성을 감안해 표준대리점계약서 사용을 의무화하고 ▷불공정거래행위 금지 ▷계약해지 제한 ▷대리점사업자 단체 구성 ▷과징금제도 도입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등의 내용이 골자다.
하지만 이는 지난 15일 심상정 진보정의당 의원이 발의한 동일한 법안명의 의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 법률안의 조항 구성이나 일부 자구만 다를 뿐 구체적 내용이 거의 같아 ‘베끼기’나 다름없는 수준이다.
그런데 같은날 심상정 의원은 해당 법률안 발의를 돌연 철회했다. 똑같은 내용의 법안을 먼저 발의하고도 철회하는 경우는 흔치 않은 모습이다. 이에 심상정 의원 측은 “앞서 이종걸 의원실이 남양유업 피해자들과 관련한 입법청원을 받아들여 법안에 포함시키기로 했던 내용과 우리가 발의한 내용이 큰 차이는 없다”면서도 “규제를 더욱 강화하기를 바라는 요구가 있어 이런 의견을 수용해 내용을 추가ㆍ보완해 다시 발의하기 위한 것이지 철회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반면 이종걸 의원 측은 “지난주 입법청원 내용과 관련한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기자회견을 통해서도 공개했던 것”이라며 사뭇 다른 분위기를 전했다. 남양유업 피해자들의 법률 자문을 맡고 있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공조를 통해 법률안 초안을 마련했던 것이 심상정 의원실에도 같이 전해지면서 선수를 놓쳤다는 후문이다.
한편 이종걸 의원 측은 대리점 공정거래 이슈를 두고 진보정의당과의 새로운 야권연대 가능성에 대해 “절대 그런 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kgung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