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백웅기ㆍ조민선 기자]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경실모)의 급진적 법안들에 대한 당 내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는 공약 선봉장 역할을 했지만, 새 정부 출범 후에는 내놓는 법안마다 당 지도부와 상임위 소속 의원들의 반대에 부딪혀 법안이 수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내에서는 ′잘 모르면서 마구잡이로 법안을 낸다’는 비판까지 나올 정도다. 하지만 50여명의 전현직 의원이 참여한 세력을 갖고 있는만큼 자칫 새누리당 내 새로운 갈등요인이 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경실모는 28일 모임을 갖고 이 자리에서 11명의 의원이 공정거래법 개정안인 ‘갑을관계 민주화법’을 공동발의했다. 갑의 횡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발의하자마나 당 내에서는 야당의 ‘남양유업 방지법’보다 급진적이란 평가가 나왔다.
특히 문제가 된 것은 이 법에 포함된 집단소송제 도입인데, 당 지도부가 아예 공개적으로 제동을 걸고 나설 정도다.
김기현 정책위의장은 28일 한 라디오방송에서 ”집단소송제 도입에 신중해야한다“고 문제를 제기한 데 이어, 29일에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어느 의원이 발의했다고 그게 당론이 되는 건 아니지 않느냐”며 제동을 걸었다.
이에 이번 개정안의 대표발의자인 이종훈 의원은 “지도부가 정면으로 반대의사를 표시한 것은 아니며, 법안 발의전에 (정책위와) 조정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김 의장은 29일 방송에서 “집단소송이라는 제도는 공정거래법이라는 실체법에 넣는 것이 아니고 민사소송의 특례법인 절차법에 넣어야 한다”며 “공정거래법을 개정하는 방식은 적절하지 않으며, 별도의 절차법을 만들어서 진행해야 될 것”이라고 말해, 반대를 넘어 아예 면박까지 줬다.
경실모의 과잉입법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민현주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경실모 1호 법안인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개정안의 ‘300억원 이상 횡령ㆍ배임시 최소 15년 이상 징역’ 내용도 논란이 됐다. 10년 이상 형을 주장한 야당안보다 더 무거운 처벌기준 때문이다. 결국 이 법안은 당내 논의에서 ‘7년 이상 징역’으로 완화되는 쪽으로 방향이 잡혔다.
지난 4월 임시국회를 통과한 유해화학물질 관리법 개정안에도 경실모는 등장한다. 법사위 논의과정서 처벌기준이 대폭 완화된 데 대해 경실모 소속의 김상민 의원은 “법사위의 월권행위”라며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초재선 의원들이 정무위원도 아니면서 마구잡이로 법안내고, 정무위서 어떻게 논의되고 있는지도 안살펴보고 하니까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경실모가 문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실모의 급진성은 태생에서부터 비롯됐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 대선에서 경제민주화를 둘러싼 여야 주도권 싸움이 치열해지면서, 경실모를 주축으로 경제민주화를 선도한다는 이미지를 심기 위한 입법을 쏟아냈다.
정무위 소속 김용태 의원은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지난 대선 기간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내놓은 경제민주화 법안에 포퓰리즘이 껴있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면서 “이제부터는 실제 경제민주화 취지와 경기 상황을 잘 살펴 취사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kgungi@heraldcorp.com